'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이 공식화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시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성격‧권한 금융감독원 넘어설 듯…"시장 거래 더 위축될 것"
[더팩트|윤정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관리‧감독기구 신설을 공식화함에 따라 개인 기본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 행위 등을 적발해 신속히 단속·처벌하는 상시 정부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7개 기관, 13명 인력으로 구성돼 현재 운영 중인 TF인 '불법 행위 대응반'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그동안 정부 내부에선 금융감독원을 본뜬 부동산감독원 설립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감독기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 '감독원'이라는 명칭 대신 '거래분석원'을 택했다. 하지만 명칭에서 '감독'만 빠졌을 뿐 조직의 성격과 권한은 금융감독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검사·제재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 기구다. 반면 신설 예정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시장 모니터링부터 단속·처벌까지 총괄하는 데다 정식 정부 조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전부터 논란은 커지고 있다. '개인 기본권 침해'가 주요 쟁점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립 모델로 삼고 있는 자본시장조사단의 경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허위 정보도 수집·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방송 등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주요 조사 타깃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만들어지면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방송 등 또한 조사 타깃에 오를 수 있다. /더팩트 DB |
현재 정부는 자본시장조사단을 통해 9억 원이 넘는 주택 거래를 감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모니터링할 대상은 결국 서울 주택의 절반 이상이 된다. 정식적인 기구가 출범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범위도 넓어져 수도권 내에서는 감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투기 거래를 구분할 수 없어 개인 거래 상당수가 감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행위 중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행위도 '이상거래' 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씌울 수 있어서다. 현재 증여세 면제는 성년 자녀는 5000만 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 원까지만 가능하다. 분석원이 전세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내도록 하면 이같은 자금흐름이 금방 드러나 처벌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인 계좌에 있는 자산까지 들여다보면 시장 거래는 오히려 더 위축되고, 일부 거래는 규제를 피해 오히려 음성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 감독기구가 없어서 수도권 집값이 오른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불법 행위 단속 명목으로 (분석원이) 개인 정보를 볼 수 있게 되면 개인 정보 침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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