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오전 항공기 92편 결항…업계 "명절 수요 기대감도 없다"[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연이은 태풍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국내선 여객 수송 매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소폭 회복했던 수요가 최근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면서 우려를 내비치는 중이다. 특히, 추석 명절 연휴를 전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연이은 예약 취소 문의에 물거품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 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지난 2일 전국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기 가운데 모두 437편이 결항했다.
공항별로 보면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180편이 취소됐으며, 김포공항(149편)과 김해(40편)·광주(17편)·청주(15편)·대구(14편)·울산(9편)·여수(8편)·포항(3편)·양양(2편)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상당수 취소됐다.
특히, 에어부산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김해국제공항에 주기돼 있는 항공기 23대를 인천과 김포공항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태풍 피항을 위한 대규모 항공기 이동은 에어부산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조치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번 태풍의 경로가 부산을 관통하고, 그 강도 또한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각각 17대와 6대의 항공기를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도 전국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기 92편이 결항했다. 공항별로 보면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47편이 취소됐고, 김포공항(20편)과 김해(14편)·울산(8편)·포항(2편)·청주 공항(1편)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도 일부 취소됐다.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풍 하이선은 이날 오전 3시 기준 괌(미국령) 북서쪽 약 920㎞ 부근 해상에서 시간당 19㎞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하이선이 오는 7일께 경남 통영에 상륙해 함안과 경북 고령, 강원 원주와 춘천 등을 거쳐 북한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했다. 이르면 6일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항공업계는 광복절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항공권 예매 취소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업체들이 정확한 예매 취소율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취소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사실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매한 비행티켓을 취소할 테니 환불해달라는 문의가 증가하고 신규 예매율은 저조해 여려모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며 "성수기가 끝나가는 걸 감안해도 예약률 감소가 너무 가파르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권 취소·환불 문의는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9월 예약률은 20%~3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선의 경우 예매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낮은 수치다.
환불 금액은 하루 평균 1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평균 매출이 8억∼10억 원 정도인 점에 비춰 보면 10% 이상 매출이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지금보다 추석 전후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가시즌이란 의미가 옅어진 만큼 추석 연휴가 껴있는 9월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자연재해까지 덮치자 국내선 수요 정상화가 사실상 힘들어보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장맛비가 기승이었던 지난달 초중 순에도 탑승률이 80%~95%에 육박해 수요 정상화에 기대를 모았다"면서 "특히, 명절 연휴를 전후로 가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수요가 있으면 다행이다. 코로나19가 하루라도 빨리 진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LCC들은 대형항공사처럼 화물을 실을 여건이 안 되기 국내선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지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 모를 지하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최악에 빠져 자본 잠식 상태로까지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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