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으로 지난 2018년 2월 경영복귀 이후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더팩트 DB |
외신 "이재용 재판 최대 3년은 더 걸릴 수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시계가 또다시 멈춰서게 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검찰이 이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를 강행하면서 지난 2018년 2월 경영복귀 이후 2년여 만에 또다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그간 추진해 온 현장 경영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앞서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으로 삼성의 중장기 경영 전략 시행 등 기업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재판까지 추가되면서 사실상 '현장'이 아닌 법원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4월 7일 치러진 1심 첫 공판 이후 2018년 2월 4일 항소심 선고 때까지 준비기일(1심 3회, 2심 1회)을 제외하고 이 부회장이 치른 재판 횟수는 모두 72회(1심 54회, 2심 18회)에 달한다.
특히, 기소 쟁점을 두고 첫 공방을 벌였던 1심 당시 재판부는 2차 공판부터 주 3회(수·목·금요일)씩 한 회차당 오전 10시와 오후 2시로 나눠 재판을 진행한바 았다. 점심시간 등 공백을 제외하면 사실상 하루에 한 번꼴로 재판을 진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앞서 검찰 소환조사(10회)와 구속영장실질심사(3회) 및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파기환송심까지 더하면 햇수로만 5년에 달하는 시간을 재판 대응에만 할애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부터 2심 선고 때까지 준비기일을 제외하고 무려 72회에 걸쳐 재판을 치렀다. /더팩트 DB |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치른다고 해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확정된 가운데 외신에서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미칠 부작용에 관한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의 경우 "검찰이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내 최고 가치의 회사에 대한 법적 난제를 가중시켰다"라며 "이 같은 재판에는 최대 18개월이 소요되며, 만일 해당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추가로 2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삼성은 지난 3년간 법적 문제로 거의 마비 상태에 놓였다"라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하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 사법 리스크가 연장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최근 1년 동안 전례 없을 만큼의 분주한 행보를 보였던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도 자칠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직접 현장을 찾아 포스트 코로나 대응 주문 및 격려 메시지를 전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제공 |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DS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기점으로 2월에는 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 점검, 3월 디스플레이 사업전략 점검,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회동과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 점검, 6월 반도체 미래전략 간담회, 7월 삼성전기 전장용 MLCC 생산라인 및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핵심 생산 거점을 찾아 기술개발 로드맵 등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아울러 1월 설 연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 3월 구미 스마트폰 공장, 6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을 찾아 임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식사를 함께하며 사기 진작을 위한 현장 행보에도 속도를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 보험업법·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입법 리스크'까지 떠안은 상황에서 또다시 터진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삼성에 초대형 악재다"라며 "새로 추가된 재판까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 경우 대규모 신규 투자 등은 다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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