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모 증가에 은행권, 채권 발행 규모 급증…유동성 확보 나서[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대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고 있어 은행들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채권 발행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가계·기업 연체율이 동반 상승했다. 연체율은 총대출채권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은 대출 채권의 비율로, 은행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즉, 연체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은 악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7월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은 0.23~0.36%로, 지난 6월 말(0.21~0.33%)과 비교해서 약 0.02%포인트~0.03%포인트 높아졌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0.18~0.38%에서 0.2~0.48%로 상승했으며, 가계 대출도 7월 말 0.22~0.28%를 기록하며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악화가 7월 은행 연체율 상승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 등의 생계가 막막해지면서 급전이 필요해진 서민들이 대출로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예금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비중이 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만 대출이 18조8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또다시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을 유예하면서 잠재적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향후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자영업자 등의 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연체가 지속할 경우 은행은 대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지고 건전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상반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5.0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 15.82% 대비 0.8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6개월 사이 지난해 전체 증가량(0.04%포인트)의 20배를 넘어섰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1.47% 떨어졌으며, 하나은행이 0.75%포인트, 우리은행이 0.60%포인트, 신한은행이 0.42%포인트 줄었다. BIS 비율은 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다. 비율이 떨어질수록 자산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BIS 비율을 13%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출 규모가 늘면서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자금 유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은행채 발행액은 118조4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90조1800억 원) 대비 31.1% 증가했다. 연도별 같은 기간 기준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연간 총 발행액도 가뿐히 작년 수준(134조9100억 원)을 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데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다"면서 "연이은 자금 유출로 인한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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