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허위·불량 매물 및 성능·상태 조작 관련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등 시장 구조 선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韓 중고차시장, 美 성장세 '절반' 수준…업계 "대기업 진출 허용해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중고차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한 시장 구조 선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7년 동안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아왔지만, 허위·불량 매물 및 성능·상태 조작 등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고차를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과 독일 등 자동차 산업 선진국에서 중고차 산업이 국가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낙후된 시장 환경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턱없이 작은 시장 규모와 낮은 성장세에 머물고 있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업자 간 이전 거래를 제외한 우리나라 중고차 판매 대수는 완성차 판매량(약 178만 대)의 1.2배 수준인 약 224만 대다.
글로벌 최대 완성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중고차 판매 대수가 신차(1706만 대) 대비 2.4배가량 많은 4081만 대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역시 신차시장의 2배가 넘는 연간 700여만 대 규모의 중고차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중고차시장 규모가 8406억 달러로 신차 시장(6365억 달러) 대비 2000억 달러 이상 많아 자동차산업의 핵심 마켓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선진국들이 뚜렷한 중고차 시장 확산세를 유지하는 요인으로는 '완성차 브랜드(수입차 포함)를 포함한 다양한 판매 채널'이 꼽힌다. 특히, 중고차에 대한 엄격한 성능점검과 품질보증 기반을 다진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시스템이 소비자 신뢰 제고 및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 성능 및 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전체의 7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실제로 미국에서는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한다. 완성차 브랜드가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자사 기술력을 통해 정밀 성능 점검과 수리를 거쳐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판매하는 방식이다.
토요타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6년·8만5000마일 이내 중고차를 대상으로 160개 항목의 성능점검을 시행, 1년/1만2000마일까지 보증 기간을 연장(파워트레인 제외)해 판매하고 있고, 포드 역시 6년·8만 마일 이내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172개 항목의 성능점검을 거쳐 1년/1만2000마일까지 품질을 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완성차 브랜드가 전시장내 공간을 분리해서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거나 대형 판매점의 경우 신차 판매를 위한 건물 외에 별도 건물에 중고차를 판매한다. 상태가 우수한 중고차를 대상으로 엄격한 성능점검을 실시하고 최대 2~3년까지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브랜드까지 붙여 판매하는 등 품질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으로 CPO 비중이 전체 시장의 약 17%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같이 완성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CPO)는 시장 전체의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고차 딜러 연합회인 '전미독립자동차딜러협회(NIADA)'를 비롯한 일부 대형 독립딜러들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조성은 물론 소비자 후생 및 연관산업 발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 7월 10일까지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중개 및 매매 관련 불만 건수는 모두 2만783건이다. 매년 1만 건 이상이 접수된 셈이다.
이 가운데 차량 품질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 및 피해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 성능 및 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전체의 76.7%다.
업계에서는 침수차량 불법 유통 등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
이는 곧 불투명한 유통 구조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장마철이나 집중 호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면 '침수차량 불법 유통'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침수차량 구매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100~2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부지방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2011년의 경우 침수차 구매 피해 접수 건수가 220건으로 전년(115건) 대비 2배가량 급증한 바 있다. 올해 역시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손해보험협회 등은 침수차량이 무사고차로 둔갑, 중고차 시장에 불볍으로 유통될 가능성에 대비해 침수차 구분법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산업 경쟁력 및 소비자 후생 제고를 위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수천여 개에 달하는 중고 매매 업체가 시장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아직 '사후관리'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시장 구조 재편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단순하게 소비자들의 노력과 발품만으로 피해를 막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완성차 브랜드에서 중고차 판매에 나설 경우 품질 결함에 대한 피해는 곧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직결될 수 없는 만큼 사전·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정비·점검 인프라를 갖춘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판매를 허용한다면,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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