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대 금융그룹 ESG채권 발행만 5조 넘어[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녹색 금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집중호우 등 심각한 기후변화로 발생하게 될 피해가 금융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녹색 금융이란 환경, 에너지 등과 관련된 금융활동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녹색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녹색금융상품 개발을 통한 환경개선, 리스크 관리기법 개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녹색금융'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코로나19, 집중호우 등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와 환경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금융시스템 안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물적 피해가 보험, 대출, 투자 등 거래관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 파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들은 대규모 친환경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등 '녹색 금융'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녹색 금융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신한·KB금융·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그룹에서는 최근 ESG채권(지속가능채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ESG채권이란 친환경·사회적가치 창출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으로, 글로벌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조달금리도 높지 않아 최근 금융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 이미지는 덤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ESG채권 발행은 약 5조2619억 원으로, 신한금융이 1조8673억 원으로 가장 컸고 KB금융이 1조6261억 원, 우리금융은 1조739억 원, 하나금융은 694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지원 목적의 ESG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 올해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각각 5억 달러, 5000만 달러(한화 약 6523억 5500만 원 규모)의 소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은 원·달러·유로화 등으로 총 4차례에 걸쳐 ESG채권을 발행해 약 2조1500억 원을 조달했다. 하나은행 1억5000만 달러(약 1779억 1500만 원), 우리은행 7500억 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여기에 금융그룹들은 탄소배출량 감축과 ESG투자 확대 등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20조 원을 친환경 녹색산업 재원에 투자하고 내부적으로 온실가스를 20% 감축하겠다는 친환경 비전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을 선포했다.
KB금융도 'KB 그린웨이 2030'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를 50조 원으로 키우는 한편,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5% 줄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자격요건에 'ESG 실천 의지'를 추가했다.
하나금융도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을 단계적으로 설정했다. 탄소배출량을 오는 2025년까지 2015년 대비 21% 감축한 뒤, 2040년까지 52.5%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지만 지주 설립 이후 2년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지주 차원의 ESG경영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ESG 경영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며 "특히, ESG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를 회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도 앞으로 더욱 ESG 경영을 체계화하고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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