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이후 신용대출 급증[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두 달 새 금융권 신용대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신용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진행형이라 고심에 빠진 것이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전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1월 2000억 원 △2월 2조1000억 원 △3월 4조2000억 원 △4월 6000억 원 △5월 1조1000억 원 △6월 3조7000억 원 △7월 4조 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6월 이후 증가 폭이 급격하게 확대됐다.
이같은 신용대출 급증은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풍선효과'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맞물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을 옥죄는 정책이 잇따르자 주택 매수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대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택 매매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나날이 치솟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패닉바잉(공황구매)'에 가세하면서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신용대출 금리 역시 이 같은 현상에 한몫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로 주담대 고정금리인 2.04~4.20%보다 낮았다.
여기에 초저금리로 인해 '빚투'하는 동학개미도 신용대출에 일정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1%대인 상황에서 빚을 내서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늘어난 신용대출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가계부채는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9조200억 원, 2019년 23조7000억 원 수준이었던 가계부채 누적증가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45조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로 신용대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금 용도를 파악할 수 없어 뚜렷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대출 급증이 언제 부실대출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억제에 나서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비 오는데 우산을 뺏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신용대출 급증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정부가) 금융권에 돈을 더 풀어달라고 하는 마당에 당장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건 (정책 방향과) 상충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자금이 주식시장이나 주택시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 불안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생활자금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당장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는 것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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