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
'소통 부재' 정부와 여당, 경제계 덥친 코로나19보다 무섭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전국이 들썩이는 아파트값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삶의 기본요소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하나인 집 문제가 현 정부가 직면한 최대 민생과제가 된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내 집 마련이라는 삶의 목표가 '허황된 꿈'이 돼버렸다는 자조 섞인 쓴소리가 낯설지 않은 이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라는 자평을 내놨다.
국민들의 인식과 간극을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법한 대통령의 동상이몽격 해석이 야기한 후폭풍은 꽤 거세 보인다. 역대급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초석이 됐던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4일 기준 취임 후 최저치인 39%까지 떨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4년 만에 미래통합당에 역전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민심과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서고, 평균 전셋값이 2년 새 10%대 이상 치솟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 여파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최대 민생과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시선이 이 정도라면, 이미 뒷전으로 밀려버린 각종 규제개혁 관련 법안 처리 문제는 어떻겠는가. 20대 국회 당시 국내 대표 경제단체장이 "기업들이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 읍소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개선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는 한술 더 떠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반(反)시장·반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과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며 여당이 내놓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경우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을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주말 의무휴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 채널로 옮겨가고, 대형마트 사례에서도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매점 매출이 의무휴업 제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수년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최근 내놓은 실적만 보더라도 이 같은 법안이 얼마 만큼 시대에 뒤떨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대기업은 규제 대상'이라는 식의 태도는 전형적인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이 낳은 폐단이다.
소통은 거부한 채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에만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도,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출하량 1위에 오른 LG화학도 정작 이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과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여파로 수년째 현지 보조금 대상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때도 정부는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기업들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부 기조에 발맞춰 내수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고, 실제로 수십 수백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투자와 고용 확대를 시행에 옮기며 힘을 싣고 있지 않은가.
이 같은 엇박자 행태를 보고 있자면, "경제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안정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제2의 '황당 발언'이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미 다수 대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한가운데 놓여있고, 그 부작용은 진행형이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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