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이 심의·의결됐다. 유례없는 '초고속' 법안 시행에 임대인도 세입자도, 심지어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서는 매물과 전세 물건 등이 사라진 모습. /이새롬 기자 |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국무회의 의결로 바로 시행
[더팩트|윤정원 기자] "전세계약과 관련해 이게 맞느냐 틀리느냐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전화가 끊이질 않는데 본인 역시 제대로 된 규정마저 모르니 곤혹스럽다." 등등.
'임대차 3법'이 닻을 올린 지난달 31일 서울 각지 부동산 중개업체 전화기는 불이 났다.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들은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멘붕'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임대인도 세입자도, 심지어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유례없는 '초고속' 법안 시행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입주 2년여 된 신축 아파트의 임대인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인근 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블레스티지의 경우 2019년 2월 입주로 내년 2월 전세 계약이 끝난다. 1년 6개월 만에 전용면적 113㎡ 전셋값이 8억 원에서 14억 원 수준으로 뛰었다"며 "계약갱신을 안 하면 (임차인에게)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이주비까지 부담하겠다는 임대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임대차 3법 관련한 문의가 줄을 잇는다. 약 117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방법이 뭔가요?', '임차인이 나간다고 하면 다음 세입자에게 5% 이상 임대료를 올려도 상관 없나요?', '임차인은 언제부터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있나요?' 등 문의가 빗발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국회 본회의 통과 하루만인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29일 통과됐고, 30일 본회의까지 처리됐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시행되는 요건을 속전속결로 갖췄다.
개정안은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법으로 보장하는 계약 기간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 또 전월세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되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그 안에서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차 3법과 관련한 의문은 투성이다. 제도와 관련한 궁금증을 전문가들의 설명을 토대로 문답으로 풀이했다.
집주인들은 빠른 속도로 입법이 완료되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세입자들은 일단 주거안정 측면에서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다음 전셋집으로 옮길 때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
Q. 집주인이 계약을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하자고 했을 때는 어떻게 되나요?
A. 집주인과 세입자가 5% 인상에 동의했다고 했을 때 우선 전세보증금을 5% 올리고, 이를 다시 주임법상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해 보증금 수준에 맞는 월세를 산출해야 합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계약 기간 중 월세로 바꿀 때 그 전환 비율을 정한 것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3.5%'로 돼 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0.5%이니 전월세전환율은 4.0%입니다.
Q.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집주인이 임대료를 5%까지 올리겠다고 합니다. 인상분을 낼 여윳돈이 없어 전세대출을 증액해 받으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동의를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요?
A. 이 경우에는 현재로서 방법이 없습니다. 전세대출 만기 연장 시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지만 대출금을 증액하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낀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대출금 증액 시에도 집주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Q.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전세 연장을 한 상태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법 시행 이전부터 전월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도 소급 적용됩니다. 과거 갱신 횟수와 무관하게 법 규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을 갱신했는데 세입자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중개 수수료를 물어줘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세입자는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대차 기간이 남아도 필요에 따라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한다며 세입자를 내쫓은 뒤 다른 세입자를 들일 수도 있는데 이건 누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모든 손해배상은 청구하는 주체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존 세입자가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Q. 집주인과 임대 보증금 관련해 분쟁이 일어날 경우 조정 신청은 어디로 해야 하나요?
A.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향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감정원의 지사 및 사무소에도 조정위원회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Q.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해놓고선 집을 매각할 경우 손해배상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제3자'에게 세를 놓은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집주인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판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A. 매수자가 실거주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합니다. 매수자가 권리와 의무를 포괄승계 하기에 세입자는 새로운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일대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 모습. /이새롬 기자 |
Q. 올해 11월 전세 계약 만료인데 한 달 전 세입자와 10%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기로 구두 합의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법 시행일로부터 계약 만료까지 1개월 이상 남았다면 종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습니다. 법 시행 전에 구두 합의를 했거나 계약서를 썼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5%보다 더 올린 임대료를 돌려줘야 합니다.
Q. 새 세입자를 구했다며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하면 2년 뒤 재계약을 안 해도 되나요?
A. 불가능합니다. 세입자에게 불리한 예외조항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세입자와 1년만 살겠다고 합의하고 계약서에 명시해도 나중에 2년을 채워 살겠다고 하면 내보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Q. 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효력이 있나요?
A. 법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1개월 이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집주인이 법 시행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더라도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경우 내용증명은 효력을 지니지 않습니다.
Q. 세입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주기로 합의하면 재계약을 안 해도 된다는데 얼마나 보상해줘야 하는 건가요?
A. 기준은 없습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제안한 액수에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입니다.
Q. 본인이 아닌 가족이 살아도 집주인 실거주로 인정되나요?
개정안은 집주인의 자녀와 부모가 대신 살아도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것으로 보고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배우자 홀로 전입신고를 하고 살면 집주인 실거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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