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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아시아나 '노딜' 수순 밟나…장고 빠진 정몽규
입력: 2020.07.29 00:00 / 수정: 2020.07.29 00:00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HDC현산, 재실사 요구…일각선 "채형석 부회장 결단 영향 미쳤을 것"

[더팩트|한예주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오는 8월 중 아시아나에 대한 재실사를 하자며 3개월의 추가 기간을 요구한 것.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 인수전도 '노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행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아시아나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HDC현산의 모습이 제주항공의 모습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최근 금호산업 측이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답이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M&A 관련 계약서에 명시된 선행조건이 마무리된 만큼 계약 이행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발송한 바 있다.

다만, 인수의지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이 HDC현산의 입장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해 재실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HDC현산 측이 재실사로 확인하려는 것은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차입금·당기순손실 증가 △추가자금 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등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지원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HDC현산은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4월 9일부터 15차례 전달했으나 1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귀책 사유가 금호산업 등에 있음을 못 박았다. 선행거래 종결에 대한 HDC현산의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HDC현산의 입장 표명은 지난달 말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전격 회동한 후 한 달 만이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관련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돌리고 나서면서 인수전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업계 일각에선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아시아나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깨뜨릴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우발채무 등의 의혹이 사실로 발견될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계약 파기 시 이미 납부한 계약금 2500억 원을 둘러싼 소송전을 대비한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여기에 최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며 선례를 보인 터라 HDC현산의 입장에서는 딜이 깨지더라도 비교적 부담이 덜 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정 회장 등을 만나 M&A 성사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탓에 인수를 무산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채 부회장이 먼저 결단을 내린 점이 정 회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HDC현산이 재실사를 해도 뾰족한 답은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에 대해 재실사를 거쳐 가치를 다시 산정할 경우 인수가액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주매각 대금을 받아야 하는 금호산업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액은 2조5000억 원이다.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228억 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HDC현산의 의중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구주 가격을 낮추거나 인수 압박을 피하면서 재협상 과정에서 금호산업을 배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견해다.

한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의 공문 내용을 검토하고, 재실사 수용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등 채권단은 우선 HDC현산과의 끈을 놓지 않되 계약 파기에 대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일시적 국유화 등이 거론된다. 에어부산 등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도 나오는 중이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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