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오리온 2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오리온 측에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7일 열었다. /이동률 기자 |
오리온 사망 직원 유가족 "사과는 언론에만, 유가족은 안 만나"
[더팩트|용산=문수연 기자]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직원 故(고) 서지현 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시민 사회단체가 사태 해결을 위해 오리온 측에 당사자 면담을 요구했다. 오리온 측은 유족 측과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임 측은 "오리온의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유가족과 국민을 우롱할 생각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럴 수 없다"며 "오리온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공식 면담을 요구하자 7월 말 현재까지도 '공문을 재접수하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가 이행됐다'는 등의 이유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과 시민사회모임은 그간 오리온 사측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건 무마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점, 엉터리 조사와 불통으로 일관해온 점, 6.30 발표조차도 유가족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것에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회사가 스스로 직장괴롭힘을 인정하고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대화를 통해 조속하게 사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이후 한 달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며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천금 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오직 뻔뻔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태만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장괴롭힘 방지법의 유명무실함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개선 권고만을 내리고 사측을 불기소 처분했다. 국회와 정치권은 법이 고통받는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모임 측은 "오리온 사측이 더이상 말도 안 되는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치권은 돌아오는 국정감사에서 직장괴롭힘을 의제로 다루고 오리온 담철곤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라. 허점투성이 직장괴롭힘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모임 측은 "오리온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오리온 제품을 불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률 기자 |
또한 모임 측은 "우리가 사 먹고 있는 '초코송이'과자에는 고 서지현 씨의 피와 눈물이 묻어 있다. 그런 과자를 누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냐. 사람들을 괴롭히고 성희롱한 손으로 만든 과자가 어떠한 달콤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겠냐"며 "하루에도 수백 번씩 고민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이상 오리온 과자의 진실을 알고 고 서지현 씨의 눈물과 외로움이 닦일 때까지 오리온을 불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고민을 하게 된다. 오리온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재 오리온 본사에 들어간 유가족 한 분이 쓰러졌다. 오리온이 약속해서 한 달 동안 기다렸다. 유가족과 진심 어린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단 한 번도 유가족을 찾지 않았다. 끝까지 가보겠다.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반드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오리온 측은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권고대로 재조사를 실시했다"며 "'조직문화 개선안'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
이와 관련 오리온 측은 "오리온은 익산 공장 직원 사망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와 익산 공장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고 성실히 수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며 "고인에게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던 팀장에 대해서는 금일 오후에 최종 징계 심의 및 처분 예정이다. 고인이 지목한 동료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으나 회사가 재조사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대로 재조사를 실시했고, 현재 조사 내용을 정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들이 회사 생활 외에도 개인적인 고충이나 고민 등을 털어놓고 보다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외부 기관을 통한 '근로자 심리 상담제도'를 도입해 현재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공장의 업무 문화, 근무 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안'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유족이 직접 만나자고 한 것을 거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3월부터 유족과 면담을 진행해왔고, 고용노동부 결과 이후에도 유족 측과 대화에 지속적으로 임하고 있다. 향후 진행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17일 오리온 익산 3공장에서 근무하던 고 서지현 씨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및 가해자를 지목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은 조사 끝에 고인에게 시말서 작성을 지시한 팀장에 대해 지난달 27일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