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국내 정유업계가 디지털 기술력을 경영 전반에 도입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DB |
플랫폼·VR·AI·블록체인 기술 등 전사 도입해 경쟁력 강화 나서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유가 변동과 마이너스 정제마진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이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생산부터 관리, 마케팅 영역까지 전사적 분야에 디지털을 입혀 업무 효율성을 높히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최근 사업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는 친환경 가치를 높히는데 디지털을 접목하고 있다. 공업용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공업용수로 재사용하는 작업에 디지털을 도입해 무인 및 자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SK에너지는 주유소를 플랫폼 사업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곳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 관리에 나섰다. 주유소 기반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 '머핀'을 지난달 출시했고 생산 및 물류체계 전반에 걸쳐 디지털을 통한 업무 효율성을 높히겠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는 가상현실(VR)을 정유업에 녹여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이버상에 복제된 가상 현실 모델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기기 오작동이나 공장 이상 등 실제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험 상황을 가상 현실로 경험해보고, 비상대응상황을 훈련해 실제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GS칼텍스는 공정 관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2030 통합관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인텔리전트 플랜트(Intelligent Plant)' 구축을 목표로 2030년까지 모든 공정들의 설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생산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GS칼텍스는 통합관제센터 설립을 통해 생산본부 내 30만 개 이상의 설비에 복잡하게 연결된 공정들의 설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해 원유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각 단계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생산을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무인순찰차량과 지능형 CCTV를 선보인다면서 충남 대산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만들기 위해 공정 제어에 주로 적용했던 기술을 안전관리 분야로 확대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
안전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무인순찰차량과 지능형 폐쇄회로TV를 공장에 도입해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각 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될 무인순찰차량은 정밀 위치정보시스템(GPS)와 유해가스 감지센서, 열화상 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어 24시간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무인순찰차량이 순찰 중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즉각 통합관제센터로 전달해 대형사고 발생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지능형 폐쇄회로TV는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에 용이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영상 내 작업자의 이상행동을 자동 식별하고, 유해가스가 잔존할 수 있는 고위험 작업공간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 작업자 안전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에쓰오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월 KT와 업무협약을 통해 블록체인 전자계약시스템 '기가 체인 BaaS'을 구축해 전국 200여 곳 에쓰오일 주유소와 충전소에 플랫폼을 도입해 4월부터 운용하고 있다.
특히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해 매년 수 만 건에 달하는 에쓰오일과 거래처 간의 계약서와 합의서 등을 디지털로 관리해 업무 효율성을 높히는 것은 물론 보안상 산뢰성까지 제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에 카카오페이 결제를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높히기도 했다. 주유소 내 무인편의점, 무인택배함, 쿠팡 물류 허브 등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한 유외 사업도 확대해 가고 있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표적 굴뚝산업을 하는 곳으로 불리는 국내 정유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경영 전반에 접목해 생산부터 마케팅 단계까지 모든 영역에서 질적인 향상을 끌어내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대비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친환경 트렌드 등이 맞아 떨어지면서 디지털 기술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