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과 입점 면세점들 간 임대료 싸움이 끝나질 않고 있다. /더팩트 DB |
협의는 마쳤지만 매출 여전히 '0원'…신세계免에 이목 쏠림
[더팩트|한예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입점 면세점들 간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는 8월 인천공항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일부 면세점들은 극적인 협의 끝에 다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협의조차 못 해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9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 1여객터미널 면세점 영업 연장에 합의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지난 5월부터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유찰된 6개 사업권의 사업자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에스엠 면세점, 시티면세점과 연장 영업여부를 협의해 왔다"며 "그 결과 호텔롯데는 연장영업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현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8월 31일 이후부터 추후 4기 면세사업 개시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 연장영업에 들어간다. 다만 1개월마다 계약 연장을 갱신하기로 조건을 달았다. 롯데 측이 요구한 조건이다.
이는 국내외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 운영 계약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열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신라면세점도 사실상 인천공항 사업장을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마쳤다.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의사결정만 남았다"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라면세점은 임대료 감면, 특히 영업요율 인하를 요청했다. 신라면세점은 화장품·향수, 주류·담배, 시계, 선글라스 등 1터미널 내 총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다 운영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크다.
영업요율이란 매출 변동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매출이 줄어든다면 임대료도 그만큼 감소된다. 하지만 품목별로 다른 영업요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완전히 감면되는 경우는 없고 지점별로도 차등 적용된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덕인 기자 |
앞서 공사는 지난 5월부터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유찰된 6개 사업권(DF2·DF3·DF4·DF6·DF9·DF10) 사업자(호텔신라·호텔롯데·에스엠면세점·시티면세점)와 연장영업 여부를 협의해왔다.
이번 운영연장 협상은 지난 3월 열린 4기 면세사업 입찰에서 사상 초유 '유찰'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면세점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선뜻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항공사는 재입찰 공고를 내는 대신 기존 3기 면세업자들에게 연장 운영을 요청했다.
연장 영업은 기존 계약조건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공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워진 사업여건을 고려해 임대료 조건으로 최소 보장액 대신 매출액 연동 영업료(영업료율)를 적용하고 탄력적 매장운영, 중도 영업중단 가능 등 면세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사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연장 여부 의견 회신기한을 애초 6월 29일에서 7월 6일로 연장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공항 면세점의 매출이 전무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조차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의 총매출은 1조179억3519만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이었던 1월(2조247억 원)에 비해 49%(1조68억 원) 급감했다. 앞선 4월에는 매출액이 9867억 원으로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3월 8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4기 사업 입찰에서 각각 DF4(주류·담배)와 DF3(주류·담배) 구역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매출이 급감한 상태에서 1개사당 한 달 8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기업 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때문에 면세점 운영권을 포기한 건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스엠면세점이 나간 자리는 공실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 종식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면세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면세점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신세계는 이번 임대료 협상에서 배제됐다. 이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DF1·DF5 구역의 계약기간이 2023년까지기 때문이다.
다음 달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롯데·신라면세점의 경우 사업장 철수라는 키를 쥐고 공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지만,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공항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랑 신라 쪽 결과를 먼저 기다리고 있다"면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