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뭇매 속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소재 한신서래아파트를 '부랴부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윤정원 기자, 배정한 기자 |
"7월 내 반포 아파트 매각 마무리" 공언…아직 시장에 매물은 안 나와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강남3구 소재 아파트 대신 충청북도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부랴부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서초구 서래마을 일대 부동산 중개업체에는 '갭투자 1번지' 한신서래아파트 매물이 나왔는지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8일 오전 최근 논란이 된 주택 매각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뒤 7월 중으로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겠는 입장을 내놨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는 글을 게재했다.
기존에 노영민 실장이 보유하고 있던 2채의 아파트 가운데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아파트(67.44㎡)는 지난 5일 매매거래가 이뤄진 상태다. 여론의 비난 속 노 실장이 이번에 매각하기로 한 곳은 서초구 한신서래마을아파트 전용면적 45.72㎡ 규모다. 노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이 집을 2억8000만 원에 산 바 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최근 매매가가 11억 5000만 원 선이었다. 최근에는 20평형의 물량이 귀해 시장에 나오면 즉시 팔리는 구조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서래마을 일대 부동산을 둘러본 결과 현재까지 나온 급매 물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서래마을아파트 인근 J부동산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20평형이 매매된 게 11억 4000만 원이다. 최근에 11억 5000만 원 선의 20평형 물량이 나오긴 했으나 주인이 값을 올리기 위함인지 다시 거둬들였다"며 "(한신서래마을아파트는) 재건축도 예정된 곳이라 20평형은 워낙 귀하다. 매수문의가 상당하지만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P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오늘 (노영민 실장) 기사가 나온 후로 전화가 불티나게 걸려왔다. 한신(서래마을)이 재개발도 앞두고 있고, 기사까지 계속 나오니 투자 문의로 오늘만 해도 전화가 정말 수 십 수 백건 걸려왔다. 하지만 나온 물량도 없고 알선하지도 못 했다"고 답변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달 내로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
지난해 12월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주택 청와대 참모진에게 집을 팔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서울시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이에 여론에서는 '반포영민(반포 아파트 영민)', '갭영민(갭투자 영민)', '똘똘영민(똘똘한 한 채 남긴 영민)'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결국 민심 악화를 고려, 이날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엄격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반포 아파트를 매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의 눈총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양도세는 아끼지 않았느냐는 게 비난의 골자다. 노영민 실장이 반포동 한신서래 아파트를 11억 원대로 팔 경우 8억2000만 원가량의 양도 차익이 발생한다.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지 않은 다주택자 상태라면 8억2000만 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42%+가산세)이 적용 4억 원 가량의 양도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청주아파트 시세차익(6000만 원)에 대한 2000~3000만 원 수준의 양도세를 내면 1주택자 혜택을 받고 반포 아파트를 팔 수 있다. 1주택자는 집을 팔 때 9억 원까지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지 않는다. 9억 원 초과 상승분(2억 원)에 대한 양도세도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아(14년 보유) 28%의 세율만 적용, 5600만 원만 내면 된다. 결론적으로 4억 원의 양도세를 1억 원으로 줄인 셈이다.
그럼에도 노영민 실장 당사자의 기회비용은 상당부분 손실됐다. 한신서래아파트는 강남 내에서 '갭투자'하기 좋은 단지로도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20평형대는 매물조차 드문 곳이다. 준공한지 오래된 아파트라 11억 원 매매에 전세 4억 원대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강남 권역 내에서 준공 30년 이상 단지에서 7억 원대의 갭투자가 가능한 곳은 5곳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주 먼저 팔고 반포를 팔면서 욕은 엄청 먹고 있지만 양도세는 상당수 아꼈을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 이후 시세 차이를 고려하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까울 단지"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말 매물로 내놓을지도 미지수이지 않은가. 계속해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