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산업/재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부친과 다른 조양래 회장의 승계법…형제 갈등 도화선 되나?
입력: 2020.07.01 05:00 / 수정: 2020.07.01 05:00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회장의 지분을 승계 받은 차남 조현범(오른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과 선택 받지 못한 장남 조현식(왼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회장의 지분을 승계 받은 차남 조현범(오른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과 선택 받지 못한 장남 조현식(왼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장남 조현식 부회장 향후 행보 초미의 '관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 지분 승계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부친인 故(고) 조홍제 전 효성그룹 회장과 달리 둘째 아들에게 사실상 그룹 전권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선택을 받지 못한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 쏠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최근 자신이 가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로써 19.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조현범 사장은 42.9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19.32%를 보유한 조현식 부회장을 제치고 단숨에 그룹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조양래 회장의 '깜짝 지분 승계'는 그룹 전권을 거머쥘 후계자가 사실상 차남인 조현범 사장으로 결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국내외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타이어 사업을 제외하면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업이 없다. 최대주주가 후계를 위해 지분을 정리하면 해당 지분을 이어받는 자가 사실상 그룹 전체를 이어받는 형태다.

조양래 회장이 부친인 고(故) 조홍제 전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을 때 친형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당시 그룹의 양대 산맥이던 효성과 한국타이어를 나눠 받은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조홍제 전 회장은 1984년 별세하기 전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게 효성을, 차남인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삼남인 조욱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물려줬다.

효성은 재계 순위 22위(이하 2019년 기준) 기업으로,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업계 1위, 세계 6위(2019년 매출 기준) 기업으로 성장해 재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피혁은 1997년 부도(당시 효성기계) 후 호텔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DSDL(옛 동성개발)로 운영되고 있다. 3사 모두 각 자 사업 영역을 침해하거나 형제 간 지분 다툼을 벌이지 않았다는 관점에서는 조홍제 전 회장이 3명의 자식들에게 각기 다른 사업 분야를 사이 좋게 물려줬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조홍제 전 회장과 조양래 회장이 경영했던 환경이나 시기가 다르지만 이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승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조현식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양래 회장의 '깜짝 차남 승계'에 따라 조현식 부회장이 향후 승계 구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게 됐으나, 자신의 세력을 끌어모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양래(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자녀 간의 지분 다툼이 관측되고 있다. /더팩트 DB
조양래(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자녀 간의 지분 다툼이 관측되고 있다. /더팩트 DB

변수는 있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최근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고, 최근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7.74%의 행방 등이다.

각각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지난달 1심 판결에서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으면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을 받은 조현식 부회장보다 죄목이 컸다. 조현범 사장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구속돼 조현식 부회장이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던 시기도 있었다. 두 형제가 받은 형량이 모두 집행유예 받으며 실형은 면했으나 즉시 항소한 검찰에 따라 모두 2심 재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향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할 경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양래 회장의 두 딸이 이미 조현식 부회장 편에 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현범 사장을 포함한 4남매가 조양래 회장 이후 세대를 고민하다가 향후 자신들은 이사회 구성원으로만 존재하고 전문경영인을 통해 그룹을 경영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봤으나, 조현범 사장이 이번에 부친을 회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누나들의 마음이 조현식 부회장에게 돌아 섰다는 이야기다.

조현식 부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분(19.32%)이 두 누나인 장녀 조희경(0.83%) 씨와 차녀 조희원(10.82%) 씨 지분을 더해도 30.97%밖에 되지 않아 조현범 사장이 확보한 42.90%에 대응하기 어렵다. 다만 국민연금 지분(7.74%)이 조현식 부회장의 잠재적 세력에 더해진다면 조현범 사장의 지분과 격차는 4% 대로 줄어든다.

최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적극적인 상황이고 지난 2018년 한국타이어의 신주인수권이 기존주주 가치를 희석한다며 반대한 전력도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연금 또한 최근 오너의 범법행위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조를 이어왔기 때문에 두 형제가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오너의 손을 들어준다면 주주와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조현범 사장은 지난 23일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를 사임하기도 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 있기 때문에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의 사임으로 내다봤으나 이번 지분 승계로 예측이 엇나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조양래 회장이 깜짝 승계를 진행한 만큼 내부적인 서열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선택을 받지 못한 조현식 부회장 등을 설득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이나, 경영 상에 변화는 현재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 예고되고 있는 형제 간의 지분 다툼 가능성이나 조양래 회장의 지분 승계 의중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은 맞고 그간 이어온 형제 경영도 지속해서 이어갈 방침으로 알고 있다"며 "공시가 된 부분 이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ku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