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고민 끝에 결정"[더팩트|방화동=문수연 기자] 이스타항공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를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29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스타항공 6층 대회의실에서 이스타항공의 M&A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이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작금의 이스타항공 문제로 임직원여러분과 국민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다. 특히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항공노선 폐쇄, 올 초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돌발변수 등으로 (이스타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제주항공의 M&A 제안으로 위기돌파를 모색해왔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은 침몰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저는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며 "저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자와 가족들의 통근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더불어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작업을 서둘러주시기를 1600여 명 임직원들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당초 내걸었던 M&A 약속을 확실하게 이행해 달라. 현재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일차적 책임은 저희들에게 있지만, 제주항공 역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제주항공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지원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기업 계열사이자 LCC 1등 기업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최 대표이사는 정부 당국에도 지원을 요청하며 "국민의 항공료 부담 완화, 항공여행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온 국내 LCC 업계는 최근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함께 피땀 흘려 일궈온 항공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기 전에 정부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신규 이사·감사를 선임하기 위한 후보 명단 요청을 제주항공이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7월 6일 임시 주총을 재소집하기로 했지만 거래종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불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과 관련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6월 현재 체불 임금 규모는 250억 원에 달한다. 또 지난 3월에는 국내선과 국제선의 모든 노선을 셧다운하고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체불 임금을 이스타항공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인수 계약을 맺을 때 향후 채권·채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는 조건으로 매각가격이 결정됐기 때문에 제주항공 측이 체불 임금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대금 110억 원은 추가로 깎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제주항공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창업주인 이 의원과 그 일가의 주식 매입 과정에 대한 의혹까지 쏟아지고 있다. 자본금 3000만 원인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사용한 100억여 원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스타홀딩스 출범 과정에 대한 의혹과 불법 승계 의혹까지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