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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체제 2년] 안주하는 '회장' 아닌 진화하는 '대표'…LG를 바꾸다
입력: 2020.06.29 00:00 / 수정: 2020.06.29 00:15
구광모 LG 대표가 오늘(29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구광모 체제 전환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구 대표의 리더십이 LG그룹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제공
구광모 LG 대표가 오늘(29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구광모 체제' 전환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구 대표의 리더십이 LG그룹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제공

벽 허물고 현장 찾는 '젊은 대표' 구광모, 실용주의 DNA 심는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구광모 LG 대표가 29일 그룹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이후 한 달여 만에 40대 젊은 총수가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오를 당시만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구광모 체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두고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2년이 지난 오늘날 LG의 변화 속도와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광범위하다.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구광모 대표가 주도하는 '뉴 LG'로의 변화는 조직 문화부터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구광모 대표가 지난해 12월 별세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164만8887주(0.96%)를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구 대표의 지주사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5.96%로 늘었다. '최대주주'라는 상징성을 배제하더라도 구 대표는 명실공히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지난 2년간 남다른 리더십으로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단연 '관습 타파'다. 2018년 6월 취임과 동시에 별도의 취임식도 생략한 채 '회장'이라는 호칭 대신 ㈜LG 대표로 불러줄 것을 당부한 구광모 대표는 올해 시무식 역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파격 실험에 나섰다.

인재 영입 과정에서도 '순혈주의'를 과감히 탈피했다. 실제로 취임 후 첫 그룹 연말 인사에서 구광모 대표는 미국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외부 인사가 LG화학의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 1947년 창립 이후 첫 사례로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성별과 학벌, 국적의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구광모 대표는 취임 후 2년 동안 쉴틈 없이 핵심 계열사 사업장 및 그룹의 신사업 싱크탱크를 누비며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LG 제공
구광모 대표는 취임 후 2년 동안 쉴틈 없이 핵심 계열사 사업장 및 그룹의 신사업 싱크탱크를 누비며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LG 제공

밑에서부터 보고를 받는 '수직구조'에서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수평구조'로의 전환도 진행형이다. 취임 후 3개월여 만에 그룹 '개방의 혁신'의 거점인 LG사이언스파크를 첫 행선지로 낙점한 구광모 대표는 매년 빠짐없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 벤처스', LG의 대표 소재·부품 R&D 현장인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 등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5월에도 구 대표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사업 추진 전략과 현황, 우수 인재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룹이 주관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까지 그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 햇수로 6년째 이어지고 있는 'LG의인상'이 대표적이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수상자로 화재가 발생한 원룸 건물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 씨를 낙점했다.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한 의인을 선정하는 데 있어 국적은 의미가 없다'는 구광모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외국인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역대 124명의 수상자 가운데 두 번째다.

아울러 구광모 대표는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사상 최고의 미세먼지가 장기간 이어지자 직접 간부회의를 주재,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전국 433개 초·중·고교 등에 공기청정기 1만100대 무상 지원에 나선 바 있다.

LG그룹 핵심 계열사의 사업포트폴리오 역시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구광모 대표의 실용주의 정책에 따라 재정비되고 있다. 지난해 4월 LG전자 스마트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경기 평택 스마트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한 데 이어 같은 해 연말 인사에서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구광모 대표의 경영 기조는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버릴 것은 버리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구광모 대표의 경영 기조는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선택과 집중' 전략도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LG전자와 LG화학, LG상사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며 1조37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비핵심 사업 부문인 수처리 사업과 LCD 평관판 사업, 전자결제 사업을 정리했다.

반면, 핵심 주력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만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LG화학은 전기자 배터리 시장 '게임 체인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1조 원을 들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세운 데 이어 최근 현대자동차와 파트너십을 새롭게 구축했다.

특히,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가진 첫 단독 회동은 경제계 안팎에서도 구광모 대표가 추구하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이 가장 잘 반영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체제' 전환 후 1년이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던 시기였다면, 이후 1년은 구 대표의 실용주의 DNA가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되고,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분쟁 등 전례 없는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구 대표의 공격적인 행보와 이에 따른 LG 안팎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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