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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화장품·엔터 사업, 아픈손가락 되나
입력: 2020.06.29 06:00 / 수정: 2020.06.29 06:00
서정진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서정진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서정진 회장 타고난 사업가라지만, 본업 아닌 사업에선 고배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개척하면서 '코리아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존재한다. 그룹의 본업인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말 은퇴를 예고한 서정진 회장에게 실패한 사업의 꼬리표로 평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유통 판매 및 마케팅을 총괄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개량 합성 신약 및 케미컬의약품 개발·생산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제약 등이 그룹의 핵심사업부문이다. 바이오사업 외 화장품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스킨큐어와 드라마 및 영화 제작, 매니지먼트 회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투자된 사업이다.

그룹의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분기 셀트리온의 매출은 3728억 원, 영업이익 120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2%, 55.4%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빅마켓에서 주력 제품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등의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뛰었다.

셀트리온은 최근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약품 사업을 인수했다. 이 계약으로 18개 제품 특허와 상표, 판매권리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도약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또 셀트리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며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서정진 회장은 "내달 16일부터 코로나19 치료제의 인체 임상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사업다각화로 추진한 일부 사업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셀트리온의 매출은 3728억 원, 영업이익 120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2%, 55.4% 상승했다. /더팩트 DB
올해 1분기 셀트리온의 매출은 3728억 원, 영업이익 120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2%, 55.4% 상승했다. /더팩트 DB

바이오화장품 기업인 셀트리온스킨큐어는 그룹의 본업인 바이오 산업과 연관성이 높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화장품에 넣은 '코스메슈티컬'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 시장에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난 2013년에 후발주자로 시장에 합류했다.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지분 69.6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5명의 지분 12.57%와 서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82.23%다. 서 회장의 지배력이 높은 회사로 볼 수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설립 직후 당대 톱스타인 배우 김태희를 모델로 발탁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 배우 장동건과 한지민, 이범수 등을 브랜드별 메인 모델로 채택하면서 제품 알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수익과 연결되지 않았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설립 후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은 2017년 361억 원, 2018년 172억 원, 지난해 129억 원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3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지나친 판관비로 인해 수익성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2017년 장남인 서진석 수석부사장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앉히면서 화장품 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진석 부사장은 임기 만료 전인 지난해 3월 셀트리온연구소로 발령을 받았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부진이 지속하자 발을 빼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회사의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 직원은 2017년 12월 155명(기간제 근로자 제외)에서 2018년 12월 135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117명으로 줄었다. 인력 축소는 실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셀트리온스킨큐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론칭한 이너뷰티 브랜드 이너랩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다양한 뷰티·헬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라며 실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영업손실은 2017년 361억 원, 2018년 172억 원, 지난해 129억 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영업손실은 2017년 361억 원, 2018년 172억 원, 지난해 129억 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서정진 회장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5.51%를 들고 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역시 서 회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엔터테인먼트는 바이오와 동떨어진 분야로 볼 수 있지만 화장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간접광고(PPL)로 셀트리온스킨큐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또 소속 배우들이 한류스타로 성장하게 되면 화장품 사업과 연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소속배우로는 이범수를 비롯해 김강현, 박수영, 이호철, 황희 등 9명이 소속돼 있다.

두 회사 간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이 필수적이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2016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관객수 705만 명을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 5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2018년 개봉한 '자전차왕 엄복동'은 관객수 17만 명을 기록하며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당시 서정진 회장은 '자전차왕 엄복동'에 150억 원을 투자하며 영화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한 성적표를 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침체기를 겪고 있어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영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로는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배가본드'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13%를 기록했다. 이밖에 2019년 JTBC드라마 '나의 나라', 2018년 tvN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017년 JTBC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KBS드라마 '매드독'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왕성한 제작 활동에도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지난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8억 원, 8억 원을 달성했으며 2017년에는 매출 257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3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 중 자전차왕 엄복동(오른쪽 포스터)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 중 '자전차왕 엄복동'(오른쪽 포스터)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드라마 제작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높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회사 수익성 개선에 대해 "할 말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눈에 띄어 대우 임원까지 올랐던 서정진 회장은 타고난 사업가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서 회장이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쉽게 보고 뛰어든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 회장은 국내에서 신규 시장이었던 바이오 사업에서 성공했다. 그가 사업다각화로 진출한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는 바이오와 달리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경영 방식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1월 신년회에서 "2020년 말에 은퇴하겠다"라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올해 말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의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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