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 '2라운드' 은행협의체 이달 말 출범…회의적 시각 '여전'
  • 황원영 기자
  • 입력: 2020.06.23 10:55 / 수정: 2020.06.23 10:55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은행협의체에 KB국민·신한·우리·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곳이 참여키로 했다. 사진은 키코 사건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9년 6월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은행협의체에 KB국민·신한·우리·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곳이 참여키로 했다. 사진은 키코 사건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9년 6월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11곳 중 6개 은행 참여키로…키코 피해기업에 자율배상 논의[더팩트│황원영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가 이달 말 가동한다. 11개 은행 중 6개 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피해 기업들의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앞서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거부한 바 있어 자율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은행협의체에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참여한다. 대구은행과 씨티은행은 협의체 참여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협의체 참여대상 11곳 중 KB국민·신한·우리·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개 참여가 확정됐다.

NH농협·기업·SC제일·HSBC·산업은행 등 나머지 5개 은행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 19일까지 은행협의체 참여를 결정해달라고 주문했으나, 5개 은행은 법률 검토를 위해 결정 여부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협의체는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을 자율 조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키코를 판매한 은행이 자율조정 시 참고할 지침을 협의하고 궁극적으로 피해기업에 배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은행협의체를 통해 추가 구제되는 기업은 키코 사태 발생 당시 발표된 피해기업 732개(2010년 6월 말 기준) 중 오버헤지가 발생한 206개 기업이다.

이중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 61개를 제외한 나머지 145개 기업이 자율배상 과정을 거칠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기업 숫자는 추후 은행협의체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은행들은 자율조정 지침을 바탕으로 이사회 논의 등을 거쳐 배상 여부·비율을 결정하게 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를 봤다. 피해 기업들이 사기 혐의로 은행들을 고발했으나 2013년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5월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분조위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밝혔다. /황원영 기자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분조위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밝혔다. /황원영 기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은행 6곳에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된다며 손실액의 15~41%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금감원 권고를 받아들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키코는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나 은행들이 금감원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도 강제 이행은 불가능하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5곳은 분쟁조정안을 이행할 경우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은행협의체에서도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은행들이 이미 배임을 이유로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결과를 도출한다고 해도 피해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은행별로 불완전판매 규모나 여부가 다른 점도 걸림돌이다. 일부 은행은 키코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의체에서는 피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상 근거를 찾아야 하는 데다 배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과연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라면서 "다만 금감원의 권고보다 낮은 비율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은행협의체를 통한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했을 당시 금감원은 "다수 은행들이 협의체를 통한 자율적인 키코 피해기업 구제에 참여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은행협의체를 통한 피해기업 구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율 배상을 돕고자 앞서 분조위가 활용했던 배상 비율 산정 기준, 대법원 판례 등을 은행협의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won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