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최근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인도 현지에서 쌍용차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모기업 투자 철수설'이 불거졌다. /쌍용차 제공 |
완성차 업계 "일부 기업 '독과점 체제' 우려 먼 얘기 아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 판도가 급변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자동차(기아차) '2강',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 쌍용자동차(쌍용차) '3약' 체제가 고착화해왔던 국내 완성차 시장 구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사실상 독자적인 '2강 체제'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쌍용차 모기업 인도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손 떼기' 의혹과 르노삼성의 베스트셀링 모델 'XM3' 결함 이슈가 수면에 오르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 역시 "새로운 투자자가 나온다면 우리의 지분율이 내려가거나 새 투자자가 우리의 (쌍용차)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라고 발언하면서 쌍용차가 매출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쌍용차 지분 포기 가능성은 지난 3월 마힌드라 측이 특별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고 공언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돼왔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등 외국계 브랜드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의 꾸준한 판매실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베스트셀링 모델 대열에 오른 소형 SUV 'XM3'의 경우 일부 모델에서 시동꺼짐 결함 이슈가 불거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르노삼성은 베스트셀링모델인 'XM3'는 최근 일부 모델에서 '시동꺼짐' 결함 이슈가 불거졌다. /더팩트 DB |
특히, 'XM3'의 경우 최근 두 달 새 르노삼성의 내수 실적에서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할 만큼 지속가능한 흥행이 절실한 볼륨 모델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번 결함 이슈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XM3'는 내수 시장에서 모두 5008대가 팔리며 회사 전체 판매량(1만571대)의 47%를 차지했다.
한국지엠 역시 올해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 상승세가 꺾이면서 실적 반등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꺾였다. 한국지엠 역시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난 4월 1757대가 판매되며 흥행 청신호를 켠 듯했지만, 지난달 956대로 45.6%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회사별 판매량에서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시장판도 변화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계 5개사의 내수 시장 전체 판매량은 모두 14만6130대다. 이 가운데 현대차(7만810대)와 기아차(5만1181대)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83%에 달한다.
이들 5개사의 내수 판매는 그나마 전년 동기 대비 9.3%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쌍용차(-25%)와 한국지엠(-10.9%)은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에서는 마이너 3사의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실탄' 확보가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실적 반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차를 개발 및 양산에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쌍용차를 제외한 모든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SUV 라인업을 중심으로 잇달아 신차 출시를 서두르면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6월을 기점으로 회사별 신차 계획은 명확하게 명암이 갈린다. 현대차의 경우 이달 중형 SUV '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를 기점으로 준중형 SUV '투싼'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엔트리 세단 'G70' 부분변경 모델과 엔트리급 SUV 'GV70' 출시를 예정에 두고 있다. 기아차 역시 '카니발'과 준중형 SUV '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의 출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956대가 판매되며 전달 대비 45.6%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국지엠 제공 |
반면, 나머지 3사의 경우 기존 모델의 연식변경 모델 외에 연말까지 눈에 띄는 신차 출시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겠다며 시행한 개별소비세 70% 인하 혜택마저 다음 달을 기점으로 30%로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 모기업 마힌드라의 투자 철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마이너 업체인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미래도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제너럴모터스(GM)가 호주, 캐나다 시장에서 손을 뗀 사례만 보더라도 외국계 모기업에 의존하는 업체들의 경우 노사 간 협력이라는 자구 노력만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현 정부가 친(親)노동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외국계 기업의 사업 철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특정 업체에 편중되는 시장 재편은 결코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 지속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는 '3약'이 없는 '2강' 체제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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