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바로배송·새벽배송 서비스 확대를 발표한 가운데 일명 '물류센터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민주 기자 |
배송 공포증 확산에 '우려' 시선도…롯데쇼핑 "원안대로 추진"
[더팩트|이민주 기자] 롯데마트의 배송 강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혔다.
롯데마트가 '바로배송'과 '새벽배송'을 앞세워 배송 시장 참전을 예고한 가운데 물류센터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센터로 확진자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 소비자들의 '배송 공포증'이 갈수록 커지면서 업계 일부에서는 롯데마트의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9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다음 달 중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바로배송은 시범 운영 중이다.
서비스 권역은 서울 서남부 지역이다. 김포 온라인전용센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초기 이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오는 10월까지 경기 남부지역과 부산지역까지 권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시범 운영 중인 바로배송 서비스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바로배송 서비스는 롯데마트가 지난달 28일 중계점과 광교점에서 시점 운영 중인 신속 배송 서비스로 주요 상품은 신선식품, 간편식, 반찬 등 그로서리(식품)다. 특징은 주문한 지 30분~2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신속성이다.
롯데마트는 바로배송 서비스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 서비스를 단계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점포를 스마트 스토어와 다크 스토어로 바꿔 물류 기지로 삼기로 했다. 이 스토어에는 피킹(picking) 스테이션, 컨베이어벨트, 후방 자동화 패킹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스마트 스토어는 마트 내부에 물류 설비를 설치하는 형태며, 다크 스토어는 마트 점포와 별개로 물류 설비를 두는 경우를 말한다.
바로배송 서비스 점포를 연내 18개까지 늘리기 위해 스마트 스토어를 연내 2개 추가 오픈하고 오는 2021년까지 12개로 확대한다. 다크 스토어의 경우 연내 14개, 내년 29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마트가 돌연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선 배경은 침체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자 온라인에서 탈출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 측은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는 최근 몇 년 새 위기를 겪고 있다"며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대형마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매장의 물류 거점화를 통한 옴니(온·오프라인) 매장 구현을 꼽은 바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물류센터에서 센터로 확산하자 소비자들은 '택배 감염'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롯데쇼핑이 새벽배송 시작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롯데쇼핑 제공 |
문제는 외부에서 불거졌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8일 오후 11시 기준 쿠팡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90명대다. 지난 26일 시작된 쿠팡 발 물류센터 코로나19 확산은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확산 중이다.
지난 27일 마켓컬리 장지상온 물류센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센터가 폐쇄됐다. 28일에는 부천에 이어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같은 날 현대그린푸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확진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물류센터에서 물류센터로 번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택배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와 관련한 불안한 심리를 표출한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박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밖(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있다. 매일 택배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산 기사를 접하고 매우 불안해졌다. 확진자가 택배 박스를 만지거나 포장을 했다면 그 바이러스가 택배와 함께 배송되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에서 상품을 소독해 배송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이번 사태가 더 우려스러울 것"이라며 "어제 도착한 택배도 열어보지 않은 상태다. 당분간은 택배 배송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타사 대비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마트의 배송 서비스 강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물류센터 코로나19 확산'이란 유탄을 맞자 업계도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잠잠해지는가 했던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유통업계 내부(직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이 특히 큰 문제"라며 "아니라고 해도 (롯데쇼핑이 현재) 몹시 불안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도 되려 이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에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할 고객은 더 적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타사에 비해 배송 서비스 확대가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쇼핑)다. 시작도 전에 곤란해졌다"고 했다.
이 가운데 롯데마트 측은 코로나19 확산과 관계없이 배송 서비스 확대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9일 "현재 새벽배송 서비스는 시스템 마지막 점검 단계"라며 "배송 서비스 확대는 자사 거점 전략이다. 코로나19와 엮일 (변경되거나 취소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자사도 배송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위생, 방역 등에 더 신경 써야하는 건 맞다"며 "타사와 관계없이 자사가 개별적으로 잘 해내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