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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 대기발령, 해고" 한국조에티스 노조 지회장 간절한 외침
입력: 2020.05.08 05:00 / 수정: 2020.05.08 05:00
김용일(가운데) 한국조에티스 노조 지회장이 6일 정오 한국조에티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T412빌딩 앞에서 한국조에티스 노조원들과 파업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용일 지회장은 지난달 10일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더팩트 DB
김용일(가운데) 한국조에티스 노조 지회장이 6일 정오 한국조에티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T412빌딩 앞에서 한국조에티스 노조원들과 파업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용일 지회장은 지난달 10일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더팩트 DB

"갑질 경영진 실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끝까지 갈 것"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선릉역 1번출구 부근 T412빌딩 13층에 위치한 회사의 직원들은 평일 정오 건물 앞에 나와 평일 1시간 가량 파업 집회를 연다. 이들이 테헤란로의 점심 시간을 알린지 어느덧 6개월 째가 됐지만 회사의 응답은 해고였다.

한국조에티스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공식적으로 해제된 지난 6일 한국조에티스 본사 사무실이 있는 T412빌딩 앞 거리에서 이날도 파업 집회를 열었다. 파업 집회를 이끄는 노조 지회장은 노동가와 대중가요를 번갈아 틀며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한국조에티스는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치료제 '레볼루션'으로 알려진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 조에티스의 한국지사다.

현장에서 만난 김용일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조에티스 지회장의 목소리는 자신의 해고를 통보한 회사보다 점심 시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심장사상충 치료제 레볼루션을 파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글로벌 기업의 실태가 이곳에 펼쳐진 현수막과 노조원이 들고 있는 푯말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용일 지회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조에티스의 실태를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이자 BTB(Business to business) 사업을 하는 업체의 특성상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집회 중에 포털사이트에 조에티스를 검색해달라고 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조에티스 노조는 집회가 열리는 거리에는 '한국조에티스는 글로벌 동물제약 회사로 2019년 서울시 직장폐쇄 1호 회사입니다', '한국조에티스에서는 노조하는게 죄입니까', '바로 여러분들의 아들 딸 이야기입니다'의 플랭카드가 걸려 있다. 노조원들은 "심장사상충 박멸엔 '레볼루션(동물의약품 제품명)', 노조파괴에도 '조에티스?'", "'정신병 걸릴 만큼 밤낮으로 전화해서 갈구고 XXX하며 탈탈 털면 다 지발로 기어 나간다'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직장생활 입니다","조에티스 문 앞에서 멈춘 직장 내 민주주의, 노동조합이 앞장서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회사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조에티스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여는 이유는 연이은 직장 내 갑질과 사측의 노조 활동 탄압 행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노조 활동에 대한 해고 위협, 욕설과 가혹행위, 경비 용역을 동반한 일방적 직장폐쇄, 지회장 업무배제 및 해고 조치 등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경고와 징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용일 지회장은 지난달 10일 한국조에티스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날은 노사가 7개월 만에 교섭을 진행한 날이다. 노조에 따르면 교섭에서는 회사가 예고한대로 '대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김용일 지회장의 해고 통보는 교섭이 진행되기 직전에 이뤄졌다. 더욱이 교섭에 참석한 노조는 지회장의 해고 통보 소식을 현장에서 듣지 못했다.

김용일(맨 왼쪽) 지회장을 포함한 한국조에티스 노조원들은 평일 정오 거리 앞 집회를 6개월 째 이어가고 있다. /김용일 지회장 제공
김용일(맨 왼쪽) 지회장을 포함한 한국조에티스 노조원들은 평일 정오 거리 앞 집회를 6개월 째 이어가고 있다. /김용일 지회장 제공

회사의 지회장 해고 통보 사유는 다양하다. 노조를 주도해 의도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명목은 물론 지난해 11월 회사 앞에서 벌어진 회사 인사부장과의 물리적 충돌 사건에 따른 책임도 있다. 인사부장의 고소에 따라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상해 건은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김용일 지회장은 "2018년 12월 노사간 교섭 시작 후 3년 간 많은 잡음이 있었다. 회사의 노조활동 축소안과 일방적 임금인상, 조합원 승진 배제 등에 반발했고 이후 직장 폐쇄, 지회장 대기발령,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 부지회장 징계위원회 소환, 이번 해고 통보까지 단계적인 노조 탄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일 지회장은 최근 사측의 '노조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용일 지회장이 지난해 11월 회사로부터 받은 정직 3주는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부당징계로 판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용일 지회장에게 대기발령과 해고를 차례로 통보했으며, 최근 본사로 소환해 정직 1개월 등 징계를 내린 대구 거주 노조 부지회장에게도 징계가 진행되는 등 회사가 노조 수뇌부의 존재감을 낮춰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김용일 지회장의 의지는 강경했다. 해고로 인해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노조를 위해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조에티스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70%가 노조원이며 지난해 신입사원 중에 노조에 가입한 직원도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6일 T412빌딩 2층 로비에서 바라본 한국조에티스 노조의 파업 집회 모습. 한국조에티스는 갑질 논란과 파업 집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한림 기자
6일 T412빌딩 2층 로비에서 바라본 한국조에티스 노조의 파업 집회 모습. 한국조에티스는 갑질 논란과 파업 집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한림 기자

반면 회사는 김용일 지회장의 해고 통보와 노조 탄압 행위 등 논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국조에티스 관계자는 "인사 조치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을 답변하기 어렵다"며 "회사 차원의 인사는 모두 글로벌 원칙과 국내법에 의거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일 지회장을 비롯한 한국조에티스 노조는 지회장 해고 이후 10여일 후인 지난달 21일, 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를 고발하며 부당노동행위에 부당해고 혐의를 더했다. 지방노동위원회 회부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나아가 행정 재판 3심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원들을 위해 권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본사 앞 파업 집회와 이윤경 한국조에티스 대표의 주거지 침묵 집회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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