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조합 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총회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윤정원 기자

개인차량 타고 총회장 모여, 극심한 교통혼잡

[더팩트｜윤정원 기자] "의견 있으신 조합원은 전조등을 켜주세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용지에서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국내 최초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진행돼 항간의 이목을 끌었다.

총회는 본래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교통난, 코로나19에 따른 열 측정 등으로 인해 입장이 지연되면서 11시 25분께 막을 올렸다. 개인 승용차를 타고 참석하는 승차 총회인 만큼 일대로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혼잡도 극심하게 빚어졌다. 1단지 입구에는 입장 대기차량 행렬이 계속됐다.

총회는 자동차 내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총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조합원들이 낸 묘수다. 조합 측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유튜브로 현장을 생중계했다. 조합장은 연단에서 총회를 진행했고, 조합원들은 차량 내에서 경적 대신 전조등을 켜 의사를 알렸다. 조합원은 발언할 사안이 있는 경우 전조등을 켠 후 경적을 울려 발언권을 얻었다. 이날 연두색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은 차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투표용지를 수거했다.

차량 없이 참석한 조합원의 경우 손소독과 열측정을 거친 후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했다. 총회 장소 입구에서 배부하는 방역 모자와 장갑 등을 착용한 후 거리를 두며 의자에 착석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연단 및 그 위에 설치된 스크린을 바라봤다.

개포주공1단지의 전체 조합원은 5132명. 관리처분변경 승인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의 20%인 1027명 이상이 현장에 참석해야 한다. 조합에 따르면 이날 총회 현장에는 15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석해 총회 개최 요건을 충족했다. 이날 총회에는 낮 12시 30분 기준으로 접수자 수가 2200명을 넘겼다.

드라이브스루 총회는 진풍경을 연달아 연출했다. 지역 현역 의원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총회 진행자는 단상 앞에 주차된 차들을 향해 "박수 대신 방향지시등으로 환영해달라"고 말했고, 공터에 주차된 수백 대의 차량은 '쌍깜박이'로 화답했다.

28일 서울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열린 재건축 조합의 '드라이브 스루' 관리처분 총회에서 배인연 조합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윤정원 기자

총회 주요 안건은 관리처분계획변경 승인, 상가 재건축 제2차 부속 합의서 및 합의서 이행확인서 승인 등이었고, 11개의 안건 모두 이변 없이 승인됐다. 현재 조합은 이번 총회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인 오는 7월 28일 이내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30일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 총회를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가 불거지면서 계획을 접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그동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총회 개최 자제를 당부했다. 총회를 사전에 막을 법적 권한은 없지만 개최할 경우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조합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킨다면 굳이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게 강남구 측 입장. 강남구는 서울시와 협의한 결과 조합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마련해 이행한다면 총회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조합 측에 전달했고, 이날 총회는 조합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지난 1982년 준공된 개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기존 124개 동, 5040가구에서 144개 동 총 6702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시공사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다. 총 공사비는 1조6714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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