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이디야, 할리스커피 등 국내 주요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특정 기간 별도의 메뉴를 판매하는 '시즌 한정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문수연 기자 |
업계 "계절적 수요 패턴, 원부재료 수급문제 등 고려한 마케팅"
[더팩트|문수연 기자] 평소 스타벅스를 즐겨찾는 직장인 A씨는 봄 시즌 메뉴가 나올 때면, 평소보다 더 많이 매장을 찾는다. '최애' 메뉴인 '슈크림 라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 메뉴'라는 상징성이 주는 특별함도 좋지만,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만 좋아하는 메뉴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커피프랜차이즈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브랜드 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정 기간에만 출시·판매되는 '시즌 메뉴'는 대표적인 고객 마케팅으로 꼽힌다.
일부 메뉴의 경우 출시 20여 일 만에 수십 만잔 이상이 판매, 이른바 '흥행 잭팟'을 터뜨리며 눈길을 끈다. 그러나 브랜드 홍보 효과부터 실적 개선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하는 '잘나가는 메뉴'가 고정 메뉴로 바뀌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폴바셋, 할리스, 탐앤탐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등 다수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시즌 한정 음료를 출시하고 있지만, 원부재료 수급 문제 등으로 상시 메뉴로 전환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수연 기자 |
◆ "팔고 싶어도 원부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요"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대표적인 시즌 메뉴는 계절별 제철 과일을 활용한 음료다. 브랜드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겨울에는 딸기, 여름에는 수박, 복숭아 등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출시한다.
탐앤탐스도 소비자 트렌드와 시즌성, 계절감을 고려해 타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연구하고 개발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시즌 메뉴를 내놓고 있다. 최근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 동안 국산 생딸기로 만든 '리얼 스트로베리 레볼루션' 음료 4종을 시즌 한정으로 판매한 바 있다.
탐앤탐스에 따르면 이들 시즌 메뉴가 전체 제조 음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 수준이지만, 상시 메뉴로 전환하는 사례는 최근 3년 동안 2018년 3월에 출시된 '클랜즈주스' 4종, 2019년 8월에 출시된 '흑당 카페라떼'와 '오리지널 흑당 버블티' 2종 등으로 손에 꼽는다.
특히, 제철 과일을 활용할 경우 특정 계절이 지나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원재료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상시 메뉴화 여부는 매출 규모와 안정성, 계절감과 트렌드 등 여러 시장 데이터를 기준 삼는다"라며 "매출 성과가 좋고 사계절에 모두 적합한 메뉴라면 내부 논의를 거쳐 상시 메뉴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절감이 너무 짙은 메뉴의 경우 해당 시즌 종료와 함께 판매가 종료된다"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계열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커피프랜차이즈 폴바셋 역시 시즌 메뉴의 상시화가 어려운 이유로 원부재료 수급 문제를 꼽았다. 커피와 더불어 아이스크림과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다양한 시즌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풀바셋은 최근까지 밀크티를 활용한 한정 메뉴를 운영한 바 있다. 풀바셋 관계자는 "시즌 메뉴는 재료도 시즌성으로 공급된다"라며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지속해서 원부재료를 공급받기 어려워서 정식 메뉴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커피프랜차이즈 할리스 역시 "시즌에만 사용 가능한 제철 원재료를 쓰는 경우 고정 메뉴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라며 "특정 계절의 분위기에 맞춰 시즌용 비주얼 부자재가 적용된 경우도 상시 메뉴로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매년 봄에는 '슈크림라떼', 겨울에는 '토피넛라떼' 등 계절과 어울리는 콘셉트에 맞춘 시즌 음료를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 스타벅스 "'00하면 생각나는' 메뉴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시즌 한정 메뉴 자체를 전략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600만 명 이상의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맴버십) 회원 수를 확보한 국내 커피프랜차이즈 시장 1위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계절별로 봄에는 '슈크림라떼'와 '체리블러썸라떼', 여름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지오', 겨울에는 '토피넛라떼' 등 연간 평균 10회가량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꾸준히 한정 메뉴로 출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슈크림라떼'다. '지난 2017년 출시 22일 만에 '100만 잔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운 '슈크림라떼'는 지난 2018년에도 출시 15일 만에 100잔을 돌파하는 등 매년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즌 한정 판매를 고수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 호응도뿐만 아니라 연간 음료 출시 계획, 매출, 원부재료 등을 고려해 재출시, 고정 메뉴 전환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크림라떼의 경우는 원부재료 문제는 아니다. 제품 출시 기획 단계부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음료'를 콘셉트로 포지셔닝을 했다"라며 "음료가 노란색인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화사함을 나타낸다. 토피넛라떼가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음료'가 된 것처럼 슈크림라떼는 '봄'이라는 상징성을 나타낸다"라고 덧붙였다.
이디야는 제철 과일을 비롯해 계절 분위기와 어룰리는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 시즌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 "너무 많은 메뉴 부담" 가맹점 목소리도 들어야
시즌 한정 메뉴를 상시 판매로 전환하지 않는 데는 브랜드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 외에도 일정한 메뉴 개수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국내 가맹점 수 1위 이디야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뿐만 아니라 계절 분위기와 어울리는 메뉴를 시즌 한정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활용한 옥수수라떼와 고구마라떼를 내놨다. 또한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일 수 있는 양송이 수프와 감자베이컨 수프를 선보였다.
가성비를 앞세운 차별화된 메뉴로 호기심을 자극해 매장을 찾는 고객의 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고객이 '이디야에만 있는', '이디야다운' 개성 있는 제품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신메뉴를 기획, 개발하고 있다"라며 "비슷한 제품이라도 더 가성비 높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 외에도 가맹점주들의 피드백도 한정 메뉴의 상시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디야 관계자는 "정식 메뉴 적용을 위해서는 고객과 가맹점의 지속적인 니즈, 매출 등 정량적인 기준, 제품의 지속가능성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고려된다"라며 "일부 한정 메뉴의 경우 메뉴마다 판매량이 높은 시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계절을 크게 타는 원부재료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가맹점주들이 메뉴가 너무 많으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정 메뉴로 전환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