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행'을 의미하는 풀필먼트가 이커머스 업체의 수익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팩트 DB |
풀필먼트 서비스, 이커머스 '캐시카우' 급부상
[더팩트|이민주 기자]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누가 얼마만큼 더 싸게 파느냐'에 초점을 맞췄던 업체간 눈치싸움이 '누가 더 싼 가격의 물건을 신속하게 배송하느냐'로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대표적인 수익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특화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업계 전반에서 주목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재고 관리, 개별 포장, 배송까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받기까지 걸리는 물류의 전 과정을 의미한다.
효율적인 풀필먼트 서비스 도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업체는 단연 쿠팡이다.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쿠팡은 '물류 서비스'를 주요 경쟁력으로 삼고 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고객의 록인(Lock-in)을 위해 특화 배송 서비스를 앞세웠다. 로켓와우 회원을 중심으로 자정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에 받아 보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에 168개 로켓배송센터를 구축해 자체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 수준과 효율도 크게 높였다.
이같은 투자는 쿠팡에 대한 고객충성도 제고는 물론 회사의 외연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은 배송 서비스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담하는 자회사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회사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35.1% 늘어난 58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당기 순이익은 304.8% 증가해 249억 원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는 각각 빠른 배송과 제3자물류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 /쿠팡 제공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유한회사 역시 지난해 129억 원의 매출액과 2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직전해(2018년) 매출은 4억, 당기순손실은 7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쿠팡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36% 줄어든 7205억 원이 됐다. 매출액은 64.2% 증가한 7조1530억 원이다. 쿠팡 측에서도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이베이코리아 역시 특화된 풀필먼트 서비스에 힘입어 '15년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거가고 있다. 경쟁사인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을 자사 물류로 판매하는 형태로 이익을 내는 구조라면, 이베이코리아는 입점 판매자들의 물류 운영을 대신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
일명 '지속가능한 풀필먼트'를 추구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전담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통해 풀필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풀필먼트(바이 아마존)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제3자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일련의 물류 과정을 종합 대행하는 서비스다.
판매자가 이베이코리아에 물류대행 서비스를 의뢰하면, 물류센터 안에서의 입출고 운영과 재고 파악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스마일배송을 통해 판매자는 물류 운영을 효율화하고, 이베이코리아 측은 판매수수료 외 물류처리비·보관비를 받는다. 즉, 효율적인 운영으로 판매자의 매출이 늘어나면 이베이코리아 측의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풀필먼트 서비스가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였다면 이제는 독자적 수익 모델이 되는 분위기"라며 "실제 해외에서는 아마존, 알리바바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경우 십여 년 전부터 이 사업과 택배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서비스 개선 차원이라고 여겨졌던 풀필먼트가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며 "업계에서 앞서가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바로 풀필먼트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이미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물류센터 구축 등의 확대가 무조건 마이너스(적자)가 된다는 인식도 향후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