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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현금 부자' 독식…채권입찰제 부활 가능성은?
입력: 2020.04.10 05:00 / 수정: 2020.04.10 05:00
오는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로또 청약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주택채권입찰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팩트 DB
오는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로또 청약'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주택채권입찰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팩트 DB

"로또 청약 상쇄" "현금 부자 더 돕는 꼴" 장단점 공존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현금 부자'들의 독무대가 되면서 일각에서는 '주택채권입찰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강남 로또'로 일컬어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르엘신반포'의 경우 지난달 30일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24.7대 1에 달했다. 르엘신반포의 3.3㎡당 평균분양가는 4849만 원. 전용면적 84㎡ 이상의 경우 분양가가 15억 원이 훌쩍 넘는다. 면적이 가장 작은 54㎡만 해도 10억1400만 원~11억37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높은 가격이지만 인근 시세와 견줄 경우 분양가가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게 업계 중론. 강남 재건축 단지는 당첨만 되면 시세 대비 1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출 없이 중도금 잔금을 감당할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청약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언감생심 청약'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비단 강남권뿐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분양 물량 중 상당수는 중도금 대출이 전혀 안 되는 9억 원 이상이다. 부동산114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3채 중 1채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9억 원 초과 아파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9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기존 40%였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낮추기로 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차주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기준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했다. 서민층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상당수 부러진 셈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르엘 신반포는 최근 124.7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르엘 신반포 조감도 /제공=롯데건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르엘 신반포'는 최근 124.7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르엘 신반포' 조감도 /제공=롯데건설

오는 7월 말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시세 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이 더욱 기승을 부릴 터. 일각에서는 시세 차익의 상당수를 정부가 회수하는 초강력 규제책인 채권입찰제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신규 아파트와 인근 단지의 인근 단지의 시세 차이가 30% 이상 날 때 분양가 외 제2종 국민주택채권 매입 약정액이 많은 순서대로 입주대상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가장 높은 채권액을 써낸 사람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는 것으로, 수분양자가 채권액 만큼의 프리미엄을 정부에 지불하는 형태다.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면 시세 차익의 대부분을 정부가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금액을 임대주택 건설 등 주거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명분이 생긴다. 무엇보다 로또 청약 양산이라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최대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로 시세차익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도 함께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채권으로 생기는 수익을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 가능해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채권입찰제 도입 시 당첨자가 가져갈 로또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게 된다. 동시에 청약과열도 방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채권입찰제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청약 당첨자들이 채권매입액으로 늘어난 초기 자금부담액을 고스란히 시장가격과 프리미엄에 반영함에 따라 인근 아파트 시세를 더 높일 수도 있는 탓이다. 수요자 부담을 가중해 오히려 현금 부자들에게 더 유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견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수요자는 분양가상한제로 정해진 분양가에 더해 채권매입비용을 지불해야한다"며 "결국 수요자가 지불해야하는 실질적인 분양가는 상승하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또한 "청약자의 채권매입액 만큼 분양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파트 값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로선 채권입찰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민간택지에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려면 관련된 법령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채권입찰제 도입에 대해) 현재까지 이야기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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