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장남 허진수 부사장(사진)에게 SPC삼립 보통주 40만 주를 증여한 것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 '장자 승계' 구도가 명확해 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PC 제공 |
'형' 허진수 부사장, '동생' 허희수 전 부사장과 지분율 격차 벌려
[더팩트|이진하 기자] SPC그룹 승계 구도가 허영인 SPC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 중심으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영인 회장은 전날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통주 40만 주를 증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일 종가 기준 265억 원 규모다. 이로써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9.27%에서 4.64%로 낮아진 반면 허진수 부사장은 11.68%에서 16.31%로 늘면서 회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지분 증여 배경과 관련해 SPC삼립 측은 "단순 증여로 회사 경영적 측면에서 볼 때 주식 증여를 한다고 큰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허진수 체제' 전환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허진수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05년 SPC 계열의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허 회장과 같은 미국제빵학교에서 'AIB 정규과정'을 이수하고 전략기획실과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등 총괄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파리바게뜨의 해외 매장 확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 허진수 부사장(왼쪽 첫번째)은 부친인 허영인 회장(가운데)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더팩트 DB |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의 지분율 변동 추이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날 지분 증여 전까지 허진수 부회장의 SPC삼립 보유 지분은 11.68%로 동생 허희수 전 부사장의 지분(11.94%)과 0.26%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허 회장의 주식 증여로 두 사람 간 지분율 차이는 4.37%로 벌어졌다.
SPC삼립이 모기업 파리크라상이 지분 40.66%를 보유,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상징성 역시 의미를 더한다. 비상장사인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이 63.5%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이 밖에 허진수 부사장이 20.2%, 허희수 전 부사장이 12.7%,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 씨가 3.6%를 소유하고 있다.
허진수 부사장이 SPC삼립은 모기업인 파리크라상까지 허희수 전 부사장의 지분을 앞지르면서 경영권 승계가 허진수 부사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허희수 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1년여 만에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는 점 역시 승계 구도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낳는다.
지난 2016년 미국의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국내 1호점을 찾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허희수 전 부사장(오른쪽)의 모습. /더팩트 DB |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증여는 시기적으로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대외 요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소한 지분율 차이로 뚜렷한 승계 구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SPC그룹 형제간 그룹 내 입지는 물론 지분율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남 승계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jh31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