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C가 유진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지난해 200억 원, 올해 70억 원 등 단기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조달 받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HC는 유경선(왼쪽부터)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 유순태 부사장이 지난해 7월 대표로 부임했으며 2018년부터 건자재 마트 브랜드 '에이스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의 모습. /이한림 기자 |
계열사 자금 조달만 200억 원…적자에도 사업 투자 지속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 유순태 이에이치씨(EHC) 대표이사 부사장의 건자재 마트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EHC의 건자재 종합 마트 '에이스홈센터'가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정부로부터 개점 연기 권고를 받았다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공방 끝에 승소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순태 부사장이 지난해 7월 EHC 대표 부임 후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만 200억 원에 달해 경영 능력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유진그룹 경영지원실과 신규사업 담당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그룹 내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몰두해 왔지만 정작 신사업으로 과감한 투자가 단행된 EHC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6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의 현장 분위기는 한산했다. 5~6여 명의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으나 면적 1795㎡, 지상 3층 규모에 달하는 크기의 마트 내부에는 매대와 제고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수가 더욱 많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매장 크기가 크다보니 비교적 한산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들을 한 눈에 보고 기호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중에 EHC가 유진그룹 계열사로부터 연이은 자금 수혈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EHC는 지난 1일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과 당진기업으로부터 각각 20억 원 씩 총 40억 원의 1년 만기 차입금을 조달 받았다. 이는 올해 다섯 번째 자금 조달이며, 1월 31일 동양에게 45억 원의 만기 차입금을 1년 연장한 것을 제외하면 그룹 계열사로부터 조달받은 금액은 올해에만 총 70억 원에 달한다.
EHC의 계열사 자금 조달은 올해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동양, 당진기업, 한성레미콘 등으로부터 총 200억 원을 빌렸다. 이중 동양으로부터 수혈한 자금이 168억 원으로 8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조달받은 금액 70억 원 중에서도 46억 원이 동양에게 비롯됐다.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을 찾은 한 고객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한림 기자 |
유진그룹은 EHC의 지속된 계열사 자금 조달 행위에 대해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 정식으로 처리된 사안이며 공정거래법(11조2)을 준수한 계열사 간 자금차입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EHC의 사업이 에이스홈센터 운영 하나이기 때문에 출점한 점포의 고정비와 유통비, 운영 관련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EHC의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건자재 마트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7월 EHC로 대표로 적을 옮기며 에이스홈센터 경영을 본격적으로 주도해 왔던 유순태 부사장의 경영 능력도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유순태 부사장이 EHC 대표로 부임한 후 8개월 가량 진행된 EHC의 단기차입금은 올해 4월까지 약 200억 원 가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EHC는 지난 2018년 6월 건축·인테리어용 건자재를 포함한 공구, 철물, 생활용품 등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원스토어 건자재 마트라는 포부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열었다. 유진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같은해 1월, 미국의 홈임프루브먼트업계 1위 업체 에이스하드웨어와 제휴를 맺고 브랜딩을 가져올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1호점이 개점하기 전부터 인근 중소 공구상인과 관련 협회 등의 반발로 정부가 개점 3년 연기 권고를 지시하며 사업성이 고꾸라졌다. 지난달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가는 동안 서울 목동과 용산, 경기도 일산에 점포 갯수를 4개로 늘렸지만 법정 공방을 겪으며 마케팅에 전념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적자 성적표를 받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출범 후 연간 수익을 낸 기록이 없이 올해에도 적자는 쌓이고 있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구상했던 20여 개 점포 확보 등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그룹은 최근 EHC의 지속된 계열사 자금 조달 행위가 이사회 의결을 통한 자금차입으로 에이스홈센터의 운영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더팩트 DB |
올해도 악재는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반적인 유통 경기가 침체됐고, 신제품이나 오프라인 구입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건자재 제품군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업 확장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벅찬 상황에 직면했다. 신사업에 투입된 비용들이 회수 단계에 미치지 못했고 브랜딩 비용 또한 미국 에이스하드웨어의 브랜딩 계약을 맺고 사용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중에 철수도 어려운 모양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법적 소송에 휘말리며 마케팅이 위축되며 구상했던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아직도 영업 활동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최근 은퇴하신 분들을 경력사원으로 채용하는 등 기존에 에이스홈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의 복지와 상생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진그룹은 유재필 유진그룹 창업주가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형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주력 사업인 레미콘 사업을 하는 유진기업 등 그룹 전반을 이끌고, 차남인 유창수 부회장이 유진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유진저축은행 등 금융 사업을 담당해 왔다.
유순태 부사장은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의 동생이자 유재필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그간 그룹 내에서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레저와 건자재 사업 등을 맡아 왔다. EHC 대표 외에도 골프장 사업을 하는 동화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2018년에는 에이스홈센터에 인테리어 제품을 납품하기도 하는 유진홈데이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개인회사로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 업체인 이순산업을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