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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구현모 신임 사장 "취임 전 관두라는 말 듣는 대표는 내가 처음일 것"
입력: 2020.03.30 12:18 / 수정: 2020.03.30 12:24
KT가 3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최수진 기자
KT가 3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최수진 기자

KT 주총, 구현모 신임 사장 공식 데뷔

[더팩트│KT연구개발센터=최수진 기자] 3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진행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주총)장 앞에서는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KT민주동지회의 목소리가 퍼졌다.

KT민주동지회는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고 "황창규 회장이 명예로운 퇴직을 앞둔 것에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며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되고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 불미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구현모 내정자 역시 이를 인지하고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석채 전 KT 회장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약 15분간의 성명 발표를 끝내고 주총 입장을 위해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KT민주동지회는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KT민주동지회는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이날 외부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매년 KT 주총장 앞에서는 주총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피켓 시위가 일어났고, 전날 밤부터 주총장 앞에서 밤을 지새운 농성 텐트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주총장 앞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여러 대의 경찰차도 즐비했다.

삼엄한 분위기와 달리 노사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전히 경찰차와 30명 이상의 보안요원이 주총장 입구를 지키고 있었으나 노조의 입장문이 담긴 전단지를 돌리는 직원도 없었으며, 주주의 신분을 확인하는 우리사주 확인석도 조용했다.

주주들은 이날 8시부터 주총장에 입장했으며, 입장 시간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 8시 10분에 마무리됐다. KT 관계자는 "오늘 코로나19 때문인지 주주들이 평소보다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KT 주총에서 주주들은 오전 8시부터 주총장으로 들어섰다. /최수진 기자
이날 KT 주총에서 주주들은 오전 8시부터 주총장으로 들어섰다. /최수진 기자

◆ 구현모 사장 "취임 전 관두라는 말 듣는 대표는 내가 처음일 것"

이날 황창규 회장은 "2014년 1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6년간 6만 KT그룹 직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KT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오늘 주총에서 KT를 이끌 새로운 대표이사 CEO를 선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사회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투명한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6년의 성장 기반을 이제 이사회에서 추천한 차기 CEO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주주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하며 주총 시작을 알렸다.

주주 발언의 핵심은 'KT 주가의 정상화'였다.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주주는 "주가 좀 올려달라"며 "주가를 올린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돈 쓰는 경쟁은 그만하자. 삼성전자만 좋은 일 아니냐.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차와 수십 명의 보안요원들이 주총장 앞을 지켰다. /최수진 기자
경찰차와 수십 명의 보안요원들이 주총장 앞을 지켰다. /최수진 기자

또 다른 주주 역시 "대표이사 정관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개인 주주의 불만은 주가다. 자사주를 매입하든 자회사를 매각하든 제발 주가 좀 올려 달라. 주가만 오르면 내년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올리는 안건을 기분 좋게 찬성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부 분위기와 달리 주총장 내부에선 여전히 고성이 오고 갔다. 주총장에 들어간 노조원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주총 의장을 맡은 황창규 회장이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높이며 주총 진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주는 "KT 내부를 잘 아는 분이 대표가 된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범죄 혐의를 가진 사람이 대표로 취임된 적은 없다. 구현모 내정자는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핵심 경영 요직을 거쳤다. 그 시기는 KT의 불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된 시기다. 일반 직원들은 횡령하면 파면 아니면 해고 결정이 나오는데 구현모 내정자는 뭐냐"고 질문했다.

황창규 회장은 "안건과 관련된 질문을 해 달라"며 "구현모 내정자는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리스크까지 검증한 뒤 뽑은 최적의 선임자다. 의견은 잘 들었지만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 중인 것이 있기에 지금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확인해 달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발언하게 해달라", "왜 발언권을 주지 않냐. 여러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 "구현모 사장! 직접 나와 말해라. 이제 권한도 없는 황창규 회장이 사회 보는 것은 그만해라" 등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다. 결국 주총 진행이 여러 번 중단됐고, 황창규 회장은 지속적으로 "조용히 해 달라. 정숙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이사 선임의 건 승인을 통해 정식 취임한 구현모 사장은 "취임하기 전부터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은 대표이사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저를 믿고 대표이사 직책을 맡긴 주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주주 여러분이 가진 기대를 알고 있다. 세계경제가 불안하지만 KT는 인공지능(AI), 5G 등 수년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을 통해 시장을 리딩 하겠다. 성장성 높은 사업을 통해 성장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취임사를 전했다.

이날 KT주총에서는 8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약 50분 만에 종료됐다. /최수진 기자
이날 KT주총에서는 8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약 50분 만에 종료됐다. /최수진 기자

◆ "안건에 동의하는 주주께서는 박수로 표현해달라"…50분 만에 끝난 주총

올해 주총은 황창규 회장이 "주주 여러분들이 오늘 주총에 참여해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상으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겠다"고 폐회 선언을 한 뒤 약 50분 만에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이사회에서 의결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제38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경영 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 8개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날 주총을 통해 취임된 구현모 사장은 오는 2023년 정기 주총까지 3년간 KT 수장을 맡게 됐다.

구현모 사장은 주총에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다"며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또, 핵심 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 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사장의 취임식은 별도 오프라인 행사 없이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사내 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현모 시장이 직접 경영철학과 방향을 설명하며 그룹 CEO로서 임직원과 공식적인 첫 소통에 나선다. 이후 KT 고객 서비스 최전선인 광역본부 임직원과 오찬을 하고 이어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만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한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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