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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무너진 보험株…보험사 CEO 자사주 매입 러시
입력: 2020.03.25 10:50 / 수정: 2020.03.25 10:50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 /더팩트DB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 /더팩트DB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의지 표명

[더팩트│황원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주가 연일 맥없이 무너지는 가운데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주가 급락을 방어하고 책임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반 토막 난 지금이 저가매수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19일 자사주 4000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20일 2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유호석 최고재무책임자(CFO)도 19일 3000주를 매수했다.

두 사람은 19일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직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들어 곤두박질쳤다. 연초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4500으로 시작한 삼성생명은 코로나19 여파와 제로금리 우려로 20일 장중 한때 3만1700원까지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 주가는 반 토막 났고 역대 최고가였던 2017년 11월(13만8500원)에 비해선 4분의 1토막이 났다.

시가총액 순위도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2010년 5월 상장 당시 4위였던 시총 순위는 올해 들어 20위권으로 내려오더니 24일 종가 기준 27위(7조7100억 원)를 기록했다.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CEO가 직접 나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들어 곤두박질쳤다. 연초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4500으로 시작한 삼성생명은 코로나19 여파와 제로금리 우려로 20일 장중 한때 3만1700원까지 떨어졌다. 25일 오전 10시 41분 기준 삼성생명은 전일 대비 4.54% 오른 4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 증권 갈무리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들어 곤두박질쳤다. 연초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4500으로 시작한 삼성생명은 코로나19 여파와 제로금리 우려로 20일 장중 한때 3만1700원까지 떨어졌다. 25일 오전 10시 41분 기준 삼성생명은 전일 대비 4.54% 오른 4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 증권 갈무리

앞서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도 이달 17일 자사주 3만주를 매수했다. 매입가는 주당 1135원으로 여 사장은 자사주 매입에 약 3400만 원을 동원했다. 여 사장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자사주 3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 주가는 동전주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4일 종가는 982원으로 백 원 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23일에는 895원에 마감하며 역대 처음으로 8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상장 시 공모가가 82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새 9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강성수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 대표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강 대표는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총 14회로 나눠 자사주 7만2000주를 매수했다. 그룹 내 주요 임원들도 자사주를 함께 사들였다.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한화손보 주가 역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올 초 2795원으로 시작한 한화손보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215원에 머물렀다. 전 거래일 대비 20.3% 상승 마감했음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이 7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797주를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당기순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78억 원으로 전년 1조707억 원에 비해 4229억 원(39.5%)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화재 주가는 올 초 23만8500원에서 24일 종가 기준 14만5000원으로 고꾸라졌다. 23일 장중 11만7500원으로 떨어지며 절반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는 보험주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규 고객 유치에 비상이 걸린 데다, 제로금리로 인한 투자 수익률 하락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율 상승과 이차 역마진으로 전망도 어둡다.

이에 업계는 저평가된 자사주를 매입하는 보험사 CEO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 부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친화 경영 실천이라는 선언적 효과와 함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성격이 짙다. 회사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장기적으로는 경영권 안정도 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가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해 보유 지분율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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