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동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측에 배송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영등포=이민주 기자 |
쿠팡 노조 "물량 4배 늘었지만, 배송 노동자 삶과 처우 후퇴"
[더팩트|영등포=이민주 기자] 쿠팡 노조가 쿠팡맨이 겪는 과중한 노동 강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며 회사 측에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배송 물량이 4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배송 노동자의 삶과 처우는 방치되고 되려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새벽배송 중에 사망한 쿠팡맨의 사례가 이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초래한 결과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동본부 쿠팡지부(쿠팡 노조)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현직 쿠팡맨 3명과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항항만운송본부 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새벽까지 배송 업무를 하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쿠팡맨들은 자신이 겪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쿠팡맨이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의 휴게시간 준수율은 15~37%에 불과하다.
이들이 공개한 지난해 3월 17~23일 사이 A지역 한 캠프의 휴게시간 사용 현황에 따르면 이 곳 소속 쿠팡맨 22명 중 휴게시간을 사용한 사람은 7명이었다. 나머지 14명은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했으며, 또 7명이 사용한 평균 휴게시간은 49분이었다.
쿠팡 노조에서 실시한 다른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쿠팡맨 10명 가운데 7명이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쿠팡 노조가 지난해 8월 14~2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88명 중 209명(73%)이 '휴게시간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아예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람만 93명(32%)이었다.
현직 쿠팡맨인 조찬호 노조 조직부장은 "쿠팡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배송 노동자들에게 혁신은 가죽 혁에 몸 신, 가죽을 허리띠를 몸에 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야 하는 환경을 뜻한다"며 "쿠팡맨 퇴사율이 75%, 1년 미만 퇴사자 96%라는 수치만 가지고도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직고용 직배송이라는 승부수로 찬사를 받았으나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노동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사측은 쿠팡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역할과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가 형성된 가운데 배송 노동자가 이를 메우려다 죽었다고 지적했다. /영등포=이민주 기자 |
쿠팡맨 사망과 관련한 사측의 해명에 관해서도 이들은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는 가운데 배달 노동자가 이 거리를 메우려다 죽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팡은 지난 12일 새벽배송 중 사망한 쿠팡맨 김모 씨의 사망과 관련해 "김 씨가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고, 일반 쿠팡맨이 소화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만 소화하고 있었다"라며 업무 과중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쿠팡 노조는 최근 코로나19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절반 물량이라 하더라도 그 양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평소 트레이닝 기간이라 하더라도 일반 쿠팡맨 수준의 업무를 소화한다는 것이다.
쿠팡 노조에 따르면 2년 사이 쿠팡맨 1인이 배송하는 평균 배송물량(PPD)은 3.7배까지 늘어났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 배송 총량은 126만여 건, PPD 56.6건이었으며, 2016년 525만여 건, PPD 13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17년에는 월 총량이 726만여 건으로 늘어났으며 PPD는 158건까지 뛰어 쿠팡맨 1인당 배송물량이 2년 새 3.7배 늘었다.
정진영 쿠팡 노조 조직부장은 "5년째 쿠팡맨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교육한 쿠팡맨만 400명이지만 수습기간(트레이닝)이라하더라도 쿠팡맨의 50% 수준으로 일하게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하루 교육 후 바로 단독배송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반 쿠팡맨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사망한 쿠팡맨이 일반 쿠팡맨 절반 수준으로 일했다 하더라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폭증해 그 양이 크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열악한 쿠팡맨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배송 노동자 휴식권 보장 △새벽배송 중단 △가구 수·중량 고려한 친노동적 배송환경 마련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환경 개선 교섭 이행 등을 주장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무한 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없어야 한다. 사회의 편의가 노동자의 착취를 발판 삼아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죽음이 예견된 배송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노동환경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쿠팡맨들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과 배송인력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쿠팡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쿠팡맨을 6000명 이상 충원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