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특가 할인행사를 실시하는 등 고객 잡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로비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한예주 기자 |
객실점유율 10%대로 추락…할인으로 내수 고객 유치 힘써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호텔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공실이 점차 늘어나자 호텔들은 고육지책으로 초특가 할인행사에 들어가는 등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5성급 이상 특1급과 특2급을 포함한 국내 럭셔리 호텔들의 주중 객실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말 역시 객실점유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호텔은 예약 취소 건수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5만 건 이상 달했고 최근 객실점유율은 평균 20~30%, 주중에는 10%까지 떨어졌다. 호텔신라도 객실점유율 20~30%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임시 휴업에 들어간 곳도 많다. 크라운파크호텔 명동과 호텔 스카이파크 명동 1~3호점, 스타즈호텔 명동2호점, 라마다 동대문 등이 최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 고객이었던 이들 호텔은 길게는 다음 달 말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5성급 호텔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경북 경주에 있는 5성급 호텔 경주 힐튼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호텔은 오는 19일부터 객실 운영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휴업은 호텔업계의 일상이 됐다"면서 "일단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지만 머지않아 폐업하는 호텔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도 떨어진 점유율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호텔신라 제공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객실료를 떨어뜨리지 않던 최고급 호텔들까지 방값을 최대 90%까지 할인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해 전체 가격을 반값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하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광장동 워커힐호텔 일반 객실을 평일 기준 모두 10만 원대 초중반에 예약할 수 있다. 평소 30만 원 안팎 하던 것이 반값도 안 되는 수준에 나왔다.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 서대문 스위스 그랜드, 용산 노보텔 등의 5성급 호텔들은 10만 원 미만도 찾을 수 있었다.
3~4성급의 비즈니스 호텔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10만 원 이상 하던 것이 5만~6만 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도 마찬가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세일은 호텔이 마지막 남은 수단을 쓴 것"이라며 "서울 시내 호텔방이 이렇게 싼 가격에 무더기로 나온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관광 수요가 회복되려면 두 달은 걸리는 만큼 구조조정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있다"며 "내국인들이라도 호텔을 많이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에 할인행사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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