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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 만에 사로잡는다더니…"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출구전략 '난항'
입력: 2020.03.09 05:00 / 수정: 2020.03.09 17:27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가 8년째 부진한 실적에 처분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에잇세컨즈 명동2호점 모습. /한예주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가 8년째 부진한 실적에 처분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에잇세컨즈 명동2호점 모습. /한예주 기자

8년째 이어진 부진한 실적…철수설까지 수면에

[더팩트|한예주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야심차게 선보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출시 8년째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다. 2020년까지 해외매출 10조 원의 아시아 3대 SPA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는 일찍이 수포로 돌아갔고, 출구전략 수립에도 난항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수년째 지속하는 부진 속에 처분설까지 고개를 들면서 경영권을 잡은 지 2년째인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의 어깨도 무거워지는 분위기다.

◆ 삼성물산 3년째 '1%대' 영업익…에잇세컨즈에 발목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7년 손실에서 벗어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 1.9%, 2018년 1.4%, 지난해 1.8%를 각각 기록했다. 경쟁사인 한섬과 LF의 영업이익률이 6~7%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빈폴'과 '갤럭시', '엠비오'의 성장세 둔화도 실적 악화에 한몫을 했지만, 에잇세컨즈의 적자가 삼성물산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2012년 출시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야심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비자를 8초 만에 매료시키겠다"라는 뜻의 이름부터 제품 디자인, 매장 콘셉트 등에 이 전 사장이 직접 관여하는 등 엄청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중국인들이 숫자 '8'을 '번창하다'는 의미의 發(발)과 발음이 비슷해 선호한다는 것을 염두해 만든 브랜드로, 개발 초기부터 중국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면서 전속모델로 가수 GD(지드래곤)를 선정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GD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에잇세컨즈의 안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2016년 9월 상하이 패션 중심지인 화이하이루에 총면적이 3630㎡(1098평)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의 직영점을 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무역 보복 여파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상하이 직영 매장이 개점한 지 두 달도 안 돼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결국 판매 부진 속에서 높은 임차료를 포함한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에잇세컨즈는 중국 진출 2년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철수하고 200억 원대의 적자를 남기며 쓸쓸히 퇴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유명 SPA 브랜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애매한 디자인 등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에잇세컨즈에 엄청난 공을 들여온 것은 너무 유명한 얘기"라면서 "그런 에잇세컨즈가 지금 꼴이 났으니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의 부진이 수년째 지속하는 사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대에 그쳤다. 7일 오후 에잇세컨즈 명동 1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예주 기자
에잇세컨즈의 부진이 수년째 지속하는 사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대에 그쳤다. 7일 오후 에잇세컨즈 명동 1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예주 기자

◆ 패션업계 "에잇세컨즈, 철수 시기 놓쳤다"

패션 업계에서는 에잇세컨즈 브랜드 정체성과 콘셉트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어긋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SPA와 맞지 않는다는 외부 평가가 적지 않았다"라며 "특히, 저가브랜드 의류를 운영하는 노하우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 치중하다 보니 디자인이면 디자인, 가격이면 가격 이런 식으로 차별성을 확보하는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SPA 사업은 대량 생산 체계와 유통망을 갖춘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을 제외하면,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대기업들조차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영역"이라며 "에잇세컨즈는 사실상 생산시스템과 유통시스템 둘 다 없는 상황에서 모기업의 자본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생산망과 유통망 중 어느 것도 갖추지 않은 삼성이 에잇세컨즈를 론칭한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에잇세컨즈의 철수설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역시 에잇세컨즈가 거둔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업계 고위 관계자는 "패션부문장 교체를 기점으로 '이서현 흔적 지우기'는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에잇세컨즈의 출구 전략 해법을 찾는 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새 사령탑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너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이후 삼성이 패션부문 투자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 전 사장의 색을 가장 많이 띠고 있으면서 실적까지 저조한 에잇세컨즈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을 보이는 편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SPA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에잇세컨즈 역시 성장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매년 손실을 줄여나가고 있는 만큼, 투자를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잇세컨즈 처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국내를 기반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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