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잇따른 석유화학공장 사고에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롯데케미칼이 4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또다시 안전불감증이 수면위로 올랐다. /더팩트 DB |
4일 대산공장 폭발사고로 36명 인명 피해 발생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롯데케미칼이 엄격한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또 화재 사고를 내며 지자체와 인근 주민들로부터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잇따른 사고가 발생해 안전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던 2017년과 2018년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사고 대책을 크게 강화한게 물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산시와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4일 오전 3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오전 10시 브리핑 기준 사망자는 없었지만 중상 2명, 경상 34명 등 총 3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중에는 인근 주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피해로는 NCC(나프타분해시설) 압축라인의 파손과 주변 상가, 주택의 유리창 등이 내부시설이 일부 파손됐다. 소방당국이 화재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00명과 소방차 등 장비 50여 대를 파견해 조기에 화재를 진압하고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단지 특성상 많은 공장이 몰려 있어 공정 파손이나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유출 등 간접적인 2차 피해가 예상되며 지자체와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주민 K 씨(54·남)는 "굉음과 함께 진열대 물건이 흔들리고 땅으로 쏟아지자 지진이 일어난 줄 알고 크게 놀라 새벽에 잠이 깼다"며 "산업단지 쪽 하늘은 이미 빨갛게 돼 있었고 큰 화재가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롯데케미칼은 바로 입장을 내고 화재가 발생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만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2차 피해는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이날 사고가 발생한 대산공장에서 과거 1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나며 주민들을 불안감에 떨게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원인이 관리 부실로 판단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에틸렌, 프로필렌 제조를 위한 나프타분해공정 중 압축공정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 중에 있다. 2차 폭발 우려는 없는 상황이며 BTX, BD 등 7개 공장이 가동정지, EOA, EG 등 6개 공장은 정상 가동중이고 누출된 유해화학물질은 없다"며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 추가적인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4일 오전 3시쯤 발생한 폭발사고로 공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 폭발 여파로 천장이 내려 앉고 내부 집기 등이 부서진 모습. /뉴시스 |
롯데케미칼의 반복된 사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공장을 비롯해 전남 여수, 울산 등에서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2017년과 2018년 총 10여 건의 사고를 내며 안전 대책에 미흡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에만 6건 가량의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며 안전 의식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 1월 대산 BTX공장에서 올해 1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같은해 4월에는 같은 BTX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나기도 했다.
또한 같은해 3월과 7월에는 여수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3월 롯데케미칼과 이탈리아 엘라스토머의 합작사인 롯데베르살리스 여수공장 사고에서는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설비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에도 여수공장이 기계 오작동으로 화재를 오인하는 큰 연기를 냈다.
롯데케미칼은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자 안전 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2018년 롯데케미칼 지속경영가능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화학공장의 사고 등이 지역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안전 보건 사고에 대한 수준 높은 인식과 예방, 점검을 선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사업장별 안전보건위원회 운영, 파트너사 안전관리, 비상대응훈련 체계, 화학물질관리 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산공장 폭발 사고로 인해 롯데케미칼의 안전불감증이 1년 만에 다시 도마위에 오르자 잇따른 안전 대책을 강화한 전력이 있음에도 안전보건체계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 공장 사고는 지역사회와 근로자의 생명 등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체계를 갖추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지자체와 산업단지 내 업체들이 힘을 모아 안전교육과 작업 전 사전 예방 점검 등을 조치하고 있지만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며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