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규모 60% 화장품, 코로나19 여파 '직격탄'[더팩트|이진하 기자] 화장품 부문 호실적으로 승승장구해 온 LG생활건강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품 매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손세정제와 같은 위생용품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화장품 부문의 매출 회복 없이는 올해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설 연휴 이후 손세정제를 비롯한 위생용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LG생활건강의 손세정제 제품의 주문량은 지난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배 이상(1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화장품 사업의 분위기는 예년과 180도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화장품 매출 전체의 30%를 차지, 최대 유통 채널로 꼽히는 면세점 업계마저 확진자 발생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판매량이 내리막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의 면세점 의존도는 매년 커지고 있다.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 규모는 지난 2016년 50%(12.5조 원), 2018년 60%(19.4조 원), 2019년 65%(24.86조 원)까지 늘었다. 때문에 면세업계의 위축은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회사 측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사업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 역시 부담이다. 당초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중국 내 실적에 대해 1조 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현지 시장이 위축되자 최근 매출 전망치를 8000억 원대로 낮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도 LG생활건강의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화장품 매출 비중 90%)과 비교해 사업 포트폴리오 부문에서 화장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여전히 회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편중은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7조6854억 원이다. 이 가운데 화장품 매출은 4조7458억 원, 에이치피씨(HPC, 생활용품)사업은 1조4882억 원이다. 두 사업의 매출 비중이 약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은 화장품이 8977억 원, 생활용품이 1260억 원으로 무려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LG생활건강은 위기 타개를 위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내세웠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0일 GSK로부터 약 1923억 원에 피지오겔 브랜드로 유명한 더마화장품의 아시아와 북미 지역 사업권을 사들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새 전략 효과가 상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 '후' 등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사업권 인수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시장의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한동안 '코로나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던 북미 지역에서도 지역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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