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면 전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이 BC카드 신임 사장으로 확정됐다.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이 내정자가 짊어진 과제가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 내정자는 R&D에 정통한 인물로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BC카드 제공 |
이동면, R&D 한 우물만…금융업 이력 '전무'
[더팩트│황원영 기자] 올해 BC카드(이하 비씨카드)를 이끌 신임 사장으로 이동면 전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이 확정됐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가 황창규 KT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에도 올랐던만큼 예우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이 내정자는 지난달 진행된 KT 인사에서 직책을 부여받지 못했다. 특히, 이 내정자가 금융이나 영업과 관계 없는 R&D(연구개발) 전문가인만큼 성장세가 멈춘 비씨카드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 이동면, 카드 업황 부진에 과제 산적…R&D 전문가 경력 오히려 약점되나
업계에 따르면 이동면 전 부문장이 지난달 27일 비씨카드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이 내정자는 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KT가 비씨카드의 지분 69.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만큼 사장 선임은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1962년생인 이 내정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KT에 입사해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상무), 인프라연구소장(전무), KT융합기술원장(부사장),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KT의 신기술 개발 일선에 있는 융합기술원 원장을 경험한 만큼 R&D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다.
다만, 이 같은 경력이 오히려 카드사 수장으로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진행했던 업무 대부분이 R&D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전체 기획력이나 영업능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가 수수료 및 대출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만큼 금융업에 정통한 리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비씨카드는 최근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은 11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을 통한 실질적인 이익 증가라고 보기 어렵다.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처분에 따른 일회성이익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년도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카드 업황이 부진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카드 업계는 수수료 및 대출금리 인하 후폭풍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이익은 적자로 전환했고 해외 진출 등 신규 사업이 탄력 받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씨카드는 전업 카드사와 달리 카드를 직접 발급하지 않는다. 대신, 회원사나 가맹점의 신용카드 사용 승인 결제 등 대금 결제업무를 수행한다.
매입업무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의 약 87%를 차지하는데 회원사 매출이나 신용카드 발행이 줄어들면 비씨카드도 타격을 받게 된다. 회원사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거나 이탈할 경우 수익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 LG카드, SK카드 등 과거 회원사들은 잇따라 자체 결제망을 갖추며 비씨카드 의존도를 줄였다. 최근에는 각 회원사들이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비씨카드와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KT는 황창규 회장 뒤를 이를 차기 CEO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자리에 앉혔다. 구 내정자는 황 회장 취임 후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내부에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임영무 기자 |
◆ 낙하산 인사 논란 KT, 정통 카드맨 제치고 이동면 투입…왜?
이에 업계는 비씨카드 수장으로 구원투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임인 이문환 사장을 제외하면 그간 비씨카드는 금융업과 관련한 인사들이 대표를 맡아왔다. LG카드 출신인 이종호 전 사장을 시작으로 하나SK카드 출신 이강태 전 사장, 삼성증권 출신 서준희 전 사장이 역대 역임자다. 2017년 취임한 채종진 전 사장은 비씨카드 영업총괄부문장으로 영업 현장을 이끈 경력이 있다.
이 내정자가 R&D에 특화돼 있음에도 비씨카드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KT 회장직에서 낙마한만큼 예우 차원에서 비씨카드 수장에 앉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내정자는 앞서 KT 차기 회장 후보에도 올랐던 인사로, 지난달 KT 인사에서 오성목, 김인회 사장과 함께 직책을 부여받지 못했다.
KT는 그간 낙하산 논란이나 외압설 등 역대 회장을 선출하며 갖은 논란에 휩싸여 왔다. 지난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황창규 회장 최측근인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낙점하며 논란이 일었다. 구 내정자는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즉, 피의자 신분임에도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셈이다.
구 내정자는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3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황의 남자'로 불린다. 이 때문에 KT 안팎에서는 KT 계열사 인사 등에 황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내정자 역시 황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17년 부사장 직급이던 융합기술원장직을 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며 신임을 보였다. 이후 미래플랫폼사업부문까지 맡기며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융합신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막중한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다.
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내정자가 황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만큼 관련 경력이 부족한 데도 올해 비씨카드 사장으로 낙점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타 카드사와 달리 CEO의 임기가 정해져있지 않다. 임기 없이 1년마다 단행되는 KT 인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당초 비씨카드 신임 사장으로는 이 내정자와 함께 이강혁 비씨카드 사업인프라부문장(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 부사장은 1988년 비씨카드에 입사해 30년간 비씨카드에서만 한 우물을 판 정통 카드맨이다. 경영관리부터 고객서비스, 사업지원총괄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비씨카드에 정통한 카드맨을 뒤로 두고 R&D 전문가를 앉힌 데 대해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 관계자는 "아직 취임하지 않은 내정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또 다른 회사 내부 인사는 "비씨카드는 전업 카드사와 달리 프로세싱 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경력 유무가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업이 디지털화하고 있는데 IT 전문가로써 역량과 경험을 적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