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더팩트 DB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현대제철 사내이사직 사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하나둘 물러나고 있다. 겸직으로 일부 계열사에 대해 사실상 이사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25일 주주총회 소집공고 공시를 통해 서명진 현대제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안건을 포함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조처다.
그동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제철을 포함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4개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했다. 하지만 이사회 출석을 중요시하는 개인 의지와 별개로, 이사회 일정이 겹쳐 현실적으로 출석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측도 출석률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모두 출석하기 어렵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로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이사직만 유지하게 됐다. 재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향후 그룹 주력 사업인 자동차에만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건설에 이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의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다. /더팩트 DB |
최근 등기임원직 사임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재계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그는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계열사는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호텔의 대표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행보와 그 배경을 놓고 △전문경영인 책임 경영 강화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에 따른 선제 조처 △과다 겸직 논란 해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내이사직 사임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과다 겸직 논란과 이사회 출석률 문제는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충실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과다 겸직 비난을 받아왔다.
재계는 재벌 총수들의 '사내이사 내려놓기'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부터 내용 공개가 이뤄지면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조한 출석률을 유지할 경우 거액의 보수를 받으면서 이사회 출석이라는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몇몇 회사에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제대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서만 그 직을 유지하라는 게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요구였다"며 "최근 재벌 총수들이 하나둘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건 이러한 요구에 맞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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