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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조기패소' 결정에 LG화학 승기…'배터리 소송' 합의 이뤄지나
입력: 2020.02.17 00:00 / 수정: 2020.02.17 00:00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놓고 국내외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조기패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LG화학 제공·뉴시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놓고 국내외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조기패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LG화학 제공·뉴시스

LG화학 손 들어준 美 ITC,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결정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대표 기업 간 싸움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두 회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업계는 승기를 잡은 LG화학과 수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이 향후 합의를 위한 행보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 결정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 행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제재로 ITC가 추가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 없이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5월에는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같은 해 9월에는 ITC와 델라웨어주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대응했다.

여기에 LG화학은 또 강공으로 맞섰다.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으며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전체 6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다. 특허침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며, 델라웨어주 법원은 ITC 진행에 따라 현재 소송을 중지한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은 다음 달로 예정된 변론 등의 절차 없이 오는 10월 5일까지 ITC위원회가 내리는 최종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현재로선 LG화학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ITC가 진행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중에서 예비결정이 최종결정 단계에서 뒤집힌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은 나머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수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이 먼저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팩트 DB
업계는 수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이 먼저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팩트 DB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ITC가 패소를 최종결정하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게 된다. 결정문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전적 배상뿐만 아니라 경쟁사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는 불명예도 얻는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조 원 추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

다만 반전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결정 이전에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결과적으로 당시 소득이 없었지만,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초반부터 합의를 제안한 바 있다. 기나긴 자존심 싸움이 예상됐던 두 회사 간 소송이 이날 조기패소 판결로 인해 오히려 빠르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사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 검토한 후 이의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합의 진행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재발 방지와 적절한 배상이 있다면, LG화학도 합의 카드가 나쁘지 않다.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며 사업을 키우는 시점에서 소송전은 부담스럽다. 더구나 중국·일본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배터리 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기술력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LG화학은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 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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