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기업·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에서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더팩트 DB

KDB산업은행·KB국민은행 노조, 올해 추진 계획 중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IBK기업은행 노사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미 금융권 전반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계속되고 있던 터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노사는 최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합의사항에 따라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선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은 행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윤종원 행장에 대해 27일간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끝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 해당 제도 도입 논의는 이미 예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지난 2017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까지 매년 노조가 선임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히려 했지만 모두 주주총회에서 무산된 바 있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의 반대로 승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도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초 새로운 노조가 꾸려지자마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도입을 위해) 기타 금융공공기관 노조와 연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재차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했던 KB국민은행 노조는 2017년, 2018년 주총에서 주주제안 방식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추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조 집행부가 교체돼 사외이사 추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조는 다음 달 4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다음 주총인 11월쯤 노조추천이사제를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제기됐다. 금융사들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반대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는 이미 금융권에서 진작부터 논의되어 오던 제도로, 조직의 방만 경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며 "특히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노사 관계가 경직된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화두로 오른 만큼 시중은행 노조들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