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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사우나까지'…현대重 하청업체 대표 '불굴의 집념' 왜
입력: 2020.02.03 05:00 / 수정: 2020.02.03 05:00
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뒷문 앞에서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몸과 차에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질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두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이)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사태를 스스로 악화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구=이한림 기자
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뒷문 앞에서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몸과 차에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질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두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이)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사태를 스스로 악화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구=이한림 기자

"사실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본인(정몽준 이사장) 얼굴에 먹칠하는 것"

[더팩트ㅣ중구=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알리기 위해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님을 무조건 만나야 한다."(한익길·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뒷편에 집회 신고가 떨어졌다. 신고인은 앞서 3주간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해 왔던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한익길 전 경부산업 대표와 이재왕 전 경부엔지니어링 대표다. 이들은 몸과 차에 현대중공업을 고발하는 플래카드를 두르고 호텔 뒷문을 응시했다.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하청업체 피해 비상대책위원회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만나기 위한 시위를 확대한 것이다. 차량은 1대에서 3대로, 인원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강한 추위로 마스크를 쓰고 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익길 전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과 더플라자 호텔 뒷편까지 총 2곳에 추가로 한 달간의 집회 신청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평창동 소재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서 1월 집회(지난달 31일 만료)를 해왔다. 1월 집회의 목적은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208억 원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피해를 본 하청업체에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와 보상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부터 정몽준 이사장이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 집회 신고를 하고 정 이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한림 기자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부터 정몽준 이사장이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 집회 신고를 하고 정 이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한림 기자

그러나 이달 집회의 주된 목적은 정몽준 이사장을 직접 만나기 위함이다. 두 사람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더플라자 호텔 사우나를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이사장을 만날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정 이사장 자택 앞에서 3주 동안 집회를 이어갔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탓도 있다. 자택 차고지에서 정 이사장이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은 봤지만 그를 포함한 가족들이 걸어서 다니는 모습을 목격하진 못했다. 현대중공업 서울 계동 사옥 앞에서도 인원을 늘려 일주일 간 '점심 시간(하루 30분) 집회'도 해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재왕 전 대표는 "3주 간의 시위에도 정몽준 이사장과 현대중공업이 무대응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이동하고 있다"며 "언제든 정몽준 이사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정몽준 이사장의 개인적인 동선에 집회를 신고한 까닭을 설명했다.

이재왕 전 대표는 지난주 한익길 전 대표의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 시위에 합류한 인물이다. 2014년 처음으로 현대중공업 피해협력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홀로 현대중공업과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주역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 또한 울산에서 개인 승용차와 포터 한 대를 끌고 올라와 한 대표와 함께 정 이사장 자택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한익길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경부산업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평창동 소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더플라자 호텔 뒤와 함께 정 이사장의 자택 앞을 한 달 더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 /이한림 기자
한익길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경부산업 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평창동 소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더플라자 호텔 뒤와 함께 정 이사장의 자택 앞을 한 달 더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 /이한림 기자

한익길 전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의도적인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서면결의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 여부만 검토한다면서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공정위, 산업은행, 노조 등이 관련된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 심사 과정도 진행되고 있어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전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로써 이 사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왕 전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님께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정몽준 이사장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올려 들며 말을 이어 갔다.

이재왕 전 대표는 "우리가 미쳤다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며 "현대중공업은 수년간 이어졌다가 곪아 터진 불공정 하도급 행위 논란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 최대주주가 알아야하며 알고도 모른 척하면 스스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자택을 관리하는 집사같은 분이 와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권오갑 회장한테 가서 하라고 했다"며 "주소를 알려주면 가서 하겠다고 했더니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 왔다"고 덧붙였다.

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경부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뒷문 앞에서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몸과 차에 플래카드를 두르고 있다. 왼쪽 뒤편에는 함께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한익길 전 대표. /이한림 기자
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경부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뒷문 앞에서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몸과 차에 플래카드를 두르고 있다. 왼쪽 뒤편에는 함께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한익길 전 대표. /이한림 기자

이처럼 두 전 대표가 정몽준 이사장의 개인 동선까지 집회를 이어가는 이유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 일가인 정몽준 이사장과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협력사인 하청업체를 대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이에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정 이사장의 자택 앞과 현대중공업 서울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여왔다. 설 명절(1월 24일~27일)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정 이사장 자택 앞에서 밤낮을 보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간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일방적인 대금 결정 과정의 부당함, 공정위의 전수 조사에도 방침을 바꾸지 않는 현대중공업의 행태, 과거 피해를 주장한 하청업체에서 고소를 해도 대형 로펌을 앞세워 승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 등을 앞세워 집회 수준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두 전 대표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호텔 뒤에서 집회를 이어갔지만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지 못했다. 두 전 대표는 집회를 신고한 오는 29일까지 오전에는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서, 오후에는 더플라자 호텔 뒤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후에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3월과 4월도 집회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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