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한진칼 주요 주주인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더팩트 DB |
'반(反) 조원태' 연합, 한진칼 지분 공동 보유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한진칼 주요 주주인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실상 연대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남매간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31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하다"라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한진그룹의 경영상황이)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존 대주주 가족의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새로운 주주인 반도건설 역시 그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진칼 전체 지분의 32.06%를 차지하는 '연합군' 탄생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조원태 회장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 제공, 더팩트 DB |
오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연합군'이 형성되면서 한진가(家)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팎의 관심은 새로 구축된 '연합군'과 조 회장 및 조 회장 손을 들어줄 우호 세력 간 지분율에 쏠리고 있다.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 이들 3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모두 32.06%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6.52%)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모두 28.94%로 이탈한 조 전 부사장의 몫을 제외하면 22.45%까지 줄어든다.
문제는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선택이다. 그간 한진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해 온 델타항공의 한진칼 보유 지분(10%)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조 회장이 아닌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어줄 경우 '조원태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4%, 1%씩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카카오의 선택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11%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고문과 조 전무 등 총수 일가가 내릴 선택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자를 결정짓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족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를 얻어야 하는 조 회장 측에서도 부담이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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