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의 미국법인 수익성에 차질이 생기며 글로벌 사업 전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휠라 이태원메가샵 전경. /네이버 거리뷰 캡처 |
미국법인 수익성 차질 생겨 "성장성 보수적으로 측정해야"
[더팩트|한예주 기자] '어글리(못난이) 슈즈' 인기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사업에 이상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법인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면서 수익성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적 분할' 카드까지 꺼내 들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의지를 다지던 휠라코리아가 과도한 성장 속도에 발이 묶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패션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휠라코리아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뤄진 재고 조정의 여파가 실적 악화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휠라코리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8388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 증가율이 직전 분기(19.4%)보다 크게 둔화됐다. 특히, 4분기 미국법인 매출액은 달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1.4%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휠라 브랜드의 플리스 등 시즌상품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매출은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오프라인 점포의 구조조정으로 시장 전체 재고가 많은 데다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도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법인은 휠라코리아의 전체 매출에서 18.5%라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방향성에 대한 지표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휠라코리아가 물적 분할을 선택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강하게 다진 만큼 미국법인의 실적 악화는 휠라코리아의 해외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요소다.
휠라는 현재 히트 상품이었던 '디스트럽터' 판매량 둔화와 신상품 부재에 시달리는 중이다. 사진은 디스트럽터2 테이피테잎. /휠라 공식 스토어 캡처 |
그간 휠라코리아는 패션업계의 '뉴트로(복고) 열풍'을 타고 성장세를 이어왔다. 휠라코리아는 기존 3040세대에 맞춰져 있던 주요 타깃층을 1020세대로 낮추는 한편, 이에 맞는 제품 디자인에 골몰했다. 그 결과 1960년대 인기를 끈 두툼한 디자인의 슈즈를 재해석한 '어글리 슈즈'를 만들어내며 패션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어글리 슈즈' 인기에 2015년 8158억 원이었던 휠라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2조9546억 원까지 커졌다. 그중 글로벌 매출 비중은 2015년 57.5%에서 2018년 85%까지 확대되며 매출 견인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법인 실적 악화를 이유로 업계에서는 2017년부터 고성장을 이어온 휠라코리아의 내부 피로도가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해외 사업의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히트 상품인 '디스트럽터'의 판매량 둔화와 이를 상쇄할 히트 아이템 부재 역시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BTS(방탄소년단)와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매출 성장 기회 요인이 크긴 하지만 그간 호실적이 성장성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규 히트 아이템이 없는 것 또한 지켜봐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휠라코리아 담당자는 "기저가 높게 형성이 돼 있어서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며 "다소 실적 조정이 들어간 것이지 미국 법인 자체의 비즈니스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디스트럽터'가 워낙 히트가 됐던 상품이기 때문에 한 번에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신규 제품으로 상쇄가 되고 있어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