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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정몽준 자택' 찾았지만…
입력: 2020.01.14 00:00 / 수정: 2020.01.14 00:00
한익길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경부산업 대표가 13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평창동=이한림 기자
한익길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경부산업 대표가 13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평창동=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 하도급 후려치기로 도산한 하청업체 대표 하소연

[더팩트ㅣ평창동=이한림 기자]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한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한익길 씨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을 찾아 마이크를 입에 갖다 댔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사항에 대한 입장차가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익길 대표는 13일 새벽 울산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 정몽준 이사장의 자택을 찾았다.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208억 원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피해를 본 하청업체에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와 보상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날 <더팩트>와 만난 한익길 대표는 본인을 2012년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경부산업을 운영하다 3년 만에 도산한 회사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후려치기로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 등을 찾아 입장을 전해왔다.

한익길 대표에게 지난달 공정위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과징금 조치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현대중공업과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계약서도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하도급대금을 부당 결정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한 대표는 곧바로 '대기업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위원장을 맡고 피해를 본 하청업체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그간 하청업체들에게 선시공후계약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했고 인력을 직접 관리하거나 매일 인원보고 및 파악을 하게 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 한익길 대표 제공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그간 하청업체들에게 '선시공후계약'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했고 인력을 직접 관리하거나 매일 인원보고 및 파악을 하게 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 한익길 대표 제공

한익길 대표는 "그간 현대중공업의 공정하지 못한 하도급 갑질로 수많은 업체가 도산해 왔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드러났고 해당 건만 해도 17개 업체가 약 99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치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하도급 업체에 보상은 물론 사과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불공정 행위를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명의의 견적서를 자신들이 직접 작성해 협력사로 하여금 컴퓨터 엔터키 만을 누르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견적서의 내용이 적절한 지 판단할 수 없는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오랜 관행에 따라 얼마의 공사비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원청이 지시하는 작업을 먼저 수행해 왔고 대금마저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과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대표에 따르면 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의 공사대금 결정에 앞서 실제 투입공수 전부를 보고할 뿐 구체적인 작업 실적을 보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매월 또는 수월 말 각 사내협력사의 투입공수를 확인했고, 이후 현대중공업이 내부적으로 각 사내협력사에게 투입공수의 어느 정도를 지급할 것인지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한익길 대표가 13일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요약문을 읽고 있다. /이한림 기자
한익길 대표가 13일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요약문을 읽고 있다. /이한림 기자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작성 및 보관 중인 품셈을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일정액을 공사대금으로 책정해 일방적인 계약서를 작성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익길 대표는 이마저도 인위적으로 조작해 허위로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선시공후계약' 관행 및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으로 100여 개업체가 폐업하고 도산했으며, 17개 업체가 공정위에 제소한 결과 이번 공정위 조치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한익길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의 자택 인근이)주택가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배려를 해야한다"며 1시간에 한 번씩 마이크를 틀어 정몽준 이사장 자택을 향해 부당함을 토로하고 요약문을 읽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이 무슨 영문인지 묻는 질문에도 답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익길 대표는 "없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다들 밤낮을 배에 몸을 싣고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임금 걱정과 함께 선박을 만들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보상을 이행하면 벌점이 감경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나 가삼현, 한영석 사장이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정몽준 이사장 자택까지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한익길 대표가 13일 울산에서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까지 운전해 온 차량에는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행위를 주장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이한림 기자
한익길 대표가 13일 울산에서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까지 운전해 온 차량에는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행위를 주장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이한림 기자

반면 현대중공업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 이후 "공정위의 입장을 존중하나 조선업 특수성 및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며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간 해온 제도개선 노력에 더해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앞으로도 지속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날 한익길 대표의 정몽준 이사장 자택 시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이후 특별히 진행된게 없다"며 "(한 씨 관련해서는)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몽준 이사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자택 안으로 오고 가는 사람은 있었으나 대꾸는 일절 없었다. 한익길 대표는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에 주차해 놓은 차량에서 밤을 지새울 계획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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