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이 지난 8일부터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들은 각종 신제품과 신기술을 뽐내며 I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라스베이거스=최수진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이진하·윤정원·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배민' 수수료 동결 선언에도 불신감 팽배…이유는?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연초부터 다양한 경제계 이슈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바다 건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해지는 'CES 2020' 관련 소식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미래 기술 향연의 장'으로 불리는 취재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현지 취재기자를 통해 먼저 들어보도록 하죠.
-배달앱 업계도 연일 시끌시끌한 상황입니다.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 간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과점'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죠. 한국타이어 일가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습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회사에서 누나인 조희원 씨가 일하는 것처럼 꾸며 억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조희원 씨를 둘러싼 여러 의문이 증폭됐는데요. 금융 업계에서는 데이터 3법 통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CES 2020'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최수진 기자 |
◆ 삼성·LG, 'CES 2020'서 미묘한 신경전
-이번 주 최대 이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이었습니다. 155개 국가에서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며 세계 최대 전시회다운 규모를 자랑했죠.
-그렇군요.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죠? 현장 분위기를 먼저 전해주시지요.
-네. 국내 기업들은 'CES 2020'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는데요. 한국은 총 390개 기업이 참가해 미국(1933개), 중국(1368개)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5G, 커넥티드카, 인공지능(AI) 등 IT 기술력은 그 어떤 곳보다 우수했습니다.
-'IT 강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겠군요. 특히 이번 'CES'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요.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 SK, 현대차 등이 각각의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CES'를 찾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특히 삼성전자는 반려 AI 로봇 '볼리', 8K 'QLED TV',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등을 선보이며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실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삼성전자 부스를 찾았는데요. 삼성전자가 올해 'CES'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도 눈길을 끌었다던데.
-맞습니다. 최고 기술력을 자부하는 두 회사 간 신경전이 치열했는데요. TV,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의 정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다퉜습니다. 한종희 사장은 "'QD디스플레이'가 QLED의 일종"이라고 설명했고, 정호영 사장은 "'QD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OLED'"라고 말하며 '진영 싸움'을 펼쳤습니다.
-또 '폴더블폰'의 비전에 대해 LG전자가 삼성전자를 겨냥하는 발언을 내놓았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라인업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롤러블TV가 있는 회사에서 폴더블폰을 안 하는 건 이유가 있다"며 "폴더블폰 시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죠.
'배달앱 공룡'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배달비 및 중개 수수료 인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배민-DH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 모습 /이민주 기자 |
◆ "게르만족 못 믿는다" '배민' 수수료 동결 선언에도 불신감 팽배
-다음으로는 민생과 밀접한 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배민)이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이후 일명 '배달앱 공룡'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죠.
-네. 국내 배달앱 시장 98.7%를 점유하고 있는 양사의 결합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초기 일부 소비자와 외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제기됐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국 규모의 가맹점주 단체와 배달 기사(라이더)들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라이더유니온 등이 국회에 모여 '독점기업' 탄생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했죠.
-배달비 인상 등 비용 전가를 우려하는 건가요. 배민 측에서 수수료 동결을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양사의 결합을 반대하는 이들은 독과점 기업이 탄생할 경우 시장 내 긍정적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범준 배민 부사장이 "M&A에 따른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DH와 배민이 함께 쓴 주식매매계약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관련 논란이 다시 증폭됐습니다. 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양사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수수료와 광고료 인상과 관련한 단서 조항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양사 경영진이 구두로 이를 약속했다는 것이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자영업자들이 반발했는데요.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구두 계약을 믿으라는 것이냐" 등의 거센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배민 측이 곧바로 논란 진화에 나섰습니다. 배민은 9일 설명자료를 내고 "일반적으로 글로벌 M&A 계약에는 수수료 등 세부 운영 사항에 대한 내용이 일일이 담기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김봉진 전 대표와 김범준 신임 대표(전 부사장)가 수수료 (동결) 정책을 밝혔다. M&A 이후에도 이들의 결정 권한이 보장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잇단 해명에도 우려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네요. 현재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
◆ 조현식 부회장 업무상 횡령 혐의 연루된 누나 조희원 씨 누구?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윤리 경영을 강조한 한국타이어 일가 오너 3세 조현식 부회장이 8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누나인 조희원 씨가 회사 미국 법인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민 뒤 1억1000만 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입니다. 이에 조현식 부회장의 누나인 조희원 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요?
-조희원 씨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둘째 딸로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의 친누나이기도 한 인물인데요. 두 동생과 달리 경영 활동은 하지 않고 재미교포와 결혼한 후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재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조희원 씨의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인데요. 국내 재벌가 여성 부호 순위에서 늘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희원 씨의 보유 자산은 여전히 활발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 견줄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임세령 대상 전무보다 순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기도 했죠.
-조희원 씨가 경영 활동을 하지 않는데 부호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로는 한국타이어와 관련된 회사의 지분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네요.
-맞습니다. 조희원 씨는 한국타이어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10.82%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총수인 조양래 회장이 23.59%,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차남 조현범 사장이 19.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여기에 조희원 씨의 지분을 더하면 오너 일가 4명이 73.92%의 지분을 보유하는 셈입니다. 주식 자산으로 환산하면 2800억 원가량이 조희원 씨의 몫으로 볼 수 있고요.
-이외에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30.67%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도 조희원 씨의 지분을 적게나마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양래 회장이 5.67%, 조현식 부회장이 0.65%, 조현범 사장이 2.07%, 장녀인 조희경 씨가 2.72%, 조희원 씨가 0.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분으로만 보면 그룹 부회장인 조현식 부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데이터 3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금융권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더팩트 DB |
◆ '데이터 3법' 통과에 금융권 '환영'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9일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죠.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긴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금융권은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먼저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개정안의 핵심은 개인정보를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정보로 처리한 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지금까지는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일일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는 등 이용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명처리를 하면 동의 없이도 활용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AI 시대와 데이터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계별로 기대하는 바가 다를 것 같습니다.
-먼저 은행 업계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더욱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전제로 고객에게 좋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보험 업계는 건강관리와 데이터를 연계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드 업계는 각종 데이터와 결합해서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AI, 빅데이터 산업 등과 연계되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반대로 신정법 등 데이터 3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나요?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가 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졌다며 국민 정보 인권을 포기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등 15개 단체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개인정보보호의 기본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목적 조항은 이제 법조문 속 한 줄 장식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 데이터의 신(新)금융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네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불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