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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환경보호 vs 고객편의' 마트 자율포장대 '사라진 노끈' 갑론을박
입력: 2020.01.02 14:01 / 수정: 2020.01.02 14:03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졌다. 실시 이틀차 고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민주 기자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졌다. 실시 이틀차 고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민주 기자

"고객 편의는 어디에"…당혹감 여전, 노끈 가져온 고객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지 이틀째인 2일 시행 첫 째날만큼의 '대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포함한 대형마트 4사는 환경부와의 맺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 끈을 철수했다.

2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소재 대형마트를 찾았다. 연휴 다음날인 만큼 오전부터 점심시간까지 이른 장을 보는 고객들로 마트가 북적였다. 고객들은 흔히 밟는 수순인 양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싣고 자율계산대를 거쳐 주차장과 입구로 빠져나갔다.

자율포장대 주위는 테이프 철수 이전과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포장대 주위로 종이상자가 가득 쌓인 것은 그대로였지만 포장대 위로 높이 솟아있던 테이프 및 노끈 거치대는 자취를 감췄다. 넓은 자율포장대 위로 관련 사항을 안내하는 안내문과 현수막이 붙었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한 고객은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에 상자를 내려놓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다른 고객은 집에서 가져온 검정색 노끈(흰색 테두리)을 이용해 종이상자를 포장해갔다. /이민주 기자
이날 마트에서 만난 한 고객은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에 상자를 내려놓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다른 고객은 집에서 가져온 검정색 노끈(흰색 테두리)을 이용해 종이상자를 포장해갔다. /이민주 기자

달라진 자율포장대 광경에 일부 고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트 가득 물건을 실은 한 남성 고객은 자율포장대 앞에서 일 분여를 두리번거리다 결국 카트를 세워두고 다시 계산대로 달려갔다.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에 다시 상자 내려놓고는 불만을 쏟아냈다.

철수 소식을 접한 듯 미리 노끈을 챙겨온 고객도 있었다. 이 고객은 상자를 골라 물건을 담은 뒤 주머니에서 검정 노끈을 꺼내 상자를 묶어 들고 나갔다. 마트에서 사용하느라 아직 한 편에 테이프가 붙어있는 상자를 찾아 헤매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곧이어 라면과 과자를 잔뜩 들고 온 한 고객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건을 자율포장대에 내려놓고 마트 점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은 이 고객은 결국 계산대로 가 대여용 장바구니를 구매해왔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겠다 계획이다. 이들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소비하는 포장용 노끈은 연간 17만8140kg, 테이프는 48만687kg 수준으로 이는 상암구장을 857개 채울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또 다른 마트에서 만난 고객은 종이상자 크기의 대여용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갔다. /이민주 기자
또 다른 마트에서 만난 고객은 종이상자 크기의 '대여용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갔다. /이민주 기자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같은 협약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테이프와 끈을 없앤다고 장바구니 활용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날 라면과 냉동만두 등을 구매한 한 남성은 "평소 장을 보고 종이상자에 담에 차에 실어 가는데 오늘 와보니 테이프와 노끈이 없어졌더라"며 "결국 위층의 의류 매장에서 종이가방을 얻어다가 여기 담아가려고 하는데 다 담기지 않는다. 갑자기 말도 없이 이렇게 (테이프를) 없애버리면 어쩌냐. 고객 편의는 생각도 안 하냐"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대여해주는 이 장바구니는 쓰레기 아니냐. 우리집에 이 장바구니만 몇 개인지 모르겠다"며 "매번 얼마나 물건을 살지 딱 정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장바구니를 들고 온다고 해도 어떨 때는 그로는 부족할 때도 있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트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 사용한 종이상자를 고객들이 장바구니로 활용하고 집에서 수납 등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재활용"이라며 "집에서 비닐봉투를 들고 와서 담아가면 그건 친환경적이냐. 불편한 것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마트에서 만난 한 직원은 한 쪽에 테이프가 붙은 상자를 두는 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라고 했다. /이민주 기자
마트에서 만난 한 직원은 한 쪽에 테이프가 붙은 상자를 두는 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라고 했다. /이민주 기자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늘면서 마트 직원들의 고충도 덩달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계산하는 점원은 3명에 1명꼴로 물어보는 "테이프가 없냐"는 질문에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자율포장대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어제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시행 첫날에는 테이프와 끈이 어디있냐는 질문을 끝도 없이 받았다"며 "제일 많이 하시는 질문이 '없앤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고객들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는 다소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어제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센터에서 장바구니를 무료로 나눠줬다. 어제만 1500개가 나갔다"며 "오늘은 이 이벤트마저 끝났다. 직원들이 손님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배려라고는 상자를 완전히 해체하지 않고 한쪽을 붙여두는 것뿐이다. 계산대에서도 부지런히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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