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일회용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더팩트 DB |
대용량 어메니티 불편 호소 소비자 많아 "고체샴푸 등 고민"
[더팩트|한예주 기자] 호텔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더 이상 소용량 어메니티를 제공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환경 친화적인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대용량 어메니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감추지 않아 호텔들은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6차 포용 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면도기·샴푸·칫솔 등 일회용 위생용품은 2022년부터 50실 이상의 숙박업에서 무상 제공할 수 없게 된다. 2024년부터는 모든 숙박업에서 무상 제공이 금지된다.
작은 용기에 내용물이 소량 담긴 어메니티는 미리 물품을 준비하지 못한 투숙객을 위한 호텔의 당연한 서비스로 여겨져 왔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의 작은 사이즈 제품을 기념품 삼아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 실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SNS나 정보공유카페를 통해 어메니티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일회용 어메니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늘리는 주범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보통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되지 않고 곧바로 호텔 휴지통에 버려져 매립지에 묻힌다. 반면, 대용량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하며, 투숙객이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긴 샤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호텔은 고체샴푸 등 어메니티 제공에 대한 다양한 방향을 고심 중이다. /더팩트 DB |
소비자들 대다수도 어메니티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년 이내 국내외 호텔 숙박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3%는 "어메니티 규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어메니티를 모두 사용하는 비율은 10명 중 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서비스를 선택하려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호텔들도 이에 발맞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적으로도 일회용 어메니티를 없애는 추세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지난 8월 작은 일회용기로 제공되던 샴푸, 샤워 젤 등을 대용량 용기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어트는 용기 교체를 통해 연간 900t(용기 5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또한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로 대체 제공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키이스 바(Keith Barr)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최고경영자는 "어메니티를 수집하는 고객들은 불만을 표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우리가 환경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불만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이 객실에 미리 비치된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호텔들은 이를 대체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공동 사용 가능한 대용량 용기는 특급 호텔의 서비스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다"며 "대용량 용기는 위생 문제 등 고객 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다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대용량 용기가 아닌 고체샴푸 등의 친환경 제품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친환경적이고 편한 분위기에서 고객들이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숙박업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는 이미 2008년에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숙박업을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대상 업종에서 예외로 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