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일 주일여 앞두고 유통 업계 '빅2' 그룹이 내년 포부를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19일 롯데쇼핑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이마트는 20일 사업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왼쪽)와 문영표 롯데마트 사업부장. /이마트· 롯데마트 제공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이진하·윤정원·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AI '한돌'과의 대결서 값진 1승 거둔 이세돌 9단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올해의 끝자락입니다. 다사다난한 2019년이 저물고 있는데요. 지난주에도 다양한 소식들이 이어졌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각각 조직 개편과 사업 재편으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IT업계에서는 '인간과 기계'와의 대결이 있었는데요.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 한돌과의 대국에서 값진 1승을 따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동생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이사가 구속됐다는 소식에 김 회장이 중기중앙회의 현안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오픈뱅킹이 공식 출범되면서 '신금융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TF비즈토크]에서 관련 소식을 차례대로 들어보도록 하죠.
◆롯데 '조직 개편'에 이마트 '사업 재편'으로 맞수…새해 전부터 '팽팽'
-유통 업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강도 인적 쇄신 카드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롯데쇼핑을 품고 있는 롯데그룹 인사 발표에 따라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말 정기 인사가 마무리됐죠.
-네 그렇습니다. 유통 업계 '빅2' 그룹이 내년도 사업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타자'인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도 역시나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의 위기를 돌파한다는 명목으로 전면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계열사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롯데쇼핑을 'One Top' 통합법인 체제로 재편하고 백화점, 마트 등 계열사를 전부 사업부로 전환했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 수장도 싹 바꿨습니다. 롯데쇼핑 아래 5개 사업부 중 4개 사업부장을 교체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죠. 이같은 대대적 쇄신과 재편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롯데그룹마저 올해 재계 정기 인사의 특징인 '성과주의 인적쇄신'이라는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단연 부진한 실적을 꼽는 분위기입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롯데쇼핑의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의사결정 단계 축소를 통한 빠른 실행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유통 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문영표 롯데마트 사업부장을 유임시키며 내년도 해외 진출 등에 연속성을 담보했죠.
-롯데그룹이 내년 부진한 성적을 타개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런 중에 이마트는 롯데그룹 인사 발표 바로 다음 날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곧바로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갔습니다.
-이마트 그룹은 부진한 전문점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확보하게 될 재원을 투입해 핵심 영업인 기존점과 '키 테넌트'인 일렉트로마트 등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놨습니다. 월계점을 미래형 점포로 탈바꿈하는 등 기존점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적자를 내는 삐에로쇼핑, 부츠 등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입니다.
-2020년을 일 주일여 앞두고 양사가 벌써 내년도 포부를 다지는 모습이네요. 양사의 결단이 내년도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요.
이세돌 9단이 지난 18일 열린 바둑 AI '한돌'과의 1국에서 승리했다. 주요 원인은 수비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후 인터뷰 당시 모습. /김세정 기자 |
◆이세돌 9단, '포기할 용기'로 만들어진 AI 대국 승리
-지난주에는 이세돌 9단과 바둑 AI '한돌'의 대국이었습니다. 알파고 대국 때와는 달리 1국에서부터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우선, 총 3번의 대국 가운데 이세돌 9단이 승리한 1국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죠. 지난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인 '알파고(AlphaGo)'와 진행한 5번의 대국 중 초반 3국을 내리 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를 기억한다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세돌 9단의 생각도 같았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이세돌 9단은 첫 대국 전 녹화한 SBS 예능 프로그램 '이동욱의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제가 패했을 확률이 굉장히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이긴 건가요.
-수비 전략을 썼습니다. 한돌의 수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대응을 한 건데요. 이게 사실은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은 공격적인 바둑을 두기로 유명하거든요.
-대단한 선택이군요. 2국에서는 패배를 했지만 말입니다.
-네,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거죠. 이세돌 9단에게 본인의 바둑 스타일이란 그의 자부심일 테니까요. 25년 동안 바둑을 둔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가 전 세계에 '인간'의 승리를 보여주기 위해 그것을 포기한 겁니다. 아쉽게도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초반 실수를 저지르며 불계패했습니다. 실수만 없었다면 이세돌 9단의 승리도 가능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수비 전략'을 이어갔나요.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은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1국과 2국에서는 본인의 바둑을 포기했지만 마지막 3국에서는 달랐습니다. 본인이 원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돌과의 대국이 은퇴 대국이기도 한 만큼 마지막 3국에서는 승패에 상관없이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고 싶어 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세돌 9단이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죠. 3국에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바둑을 둔 이세돌 9단은 181수 만에 불계패했습니다. 1승 2패로 한돌에 패했지만 이세돌 9단은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선택과 행보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그의 가족은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
◆개인·가족 법적 문제 산적한 김기문 회장, 중기중앙회 잘 이끌까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동생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이사가 구속됐습니다. 김기문 회장은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받는 가운데 가족들은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동생은 구속됐습니다. 김기문 회장이 중기중앙회의 숱한 현안들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9일 자본시장 위반 혐의로 김기석 대표와 이 모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2월 김기석 대표와 김기문 회장의 자녀 2명 등 특수관계인 5명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49억 원가량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주식 처분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해 영업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1677% 늘어난 8억5791만 원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기문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에 부정적인 공시가 나오기 전에 주식을 매각해 부당 이익을 본 것 아니냐는 겁니다. 김기문 회장 가족들이 받는 의혹도 김 회장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 재판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죠.
주식 불공정 거래 논란이 일던 지난 2월, 김기문 회장은 중기중앙회 회장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김기문 회장의 선거 과정도 여러 의혹을 받고 있잖아요.
-네, 김기문 회장은 현재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 2월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수 유권자를 상대로 식사 등 향응 제공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 10월 공판 준비기일에서 조합 이사장들과 식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기문 회장이 식사 자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시계 등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기문 회장의 최측근은 기소됐습니다. 선거 직전 제이에스티나 비서실장 김 모 씨는 김기문 회장을 인터뷰한 기자에게 20여만 원 상당의 시계와 현금 5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습니다.
-김기문 회장은 하나의 사건도 아니고 두 개의 사건을 대처해야 할 상황인데요. 본업인 중기중앙회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법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중소기업계는 내수부진과 인건비 상승, 업체 간 과당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기문 회장이 법적 문제에 매여 있어 중기중앙회의 현안을 처리하는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김기문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회장 자리를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을 비롯한 금융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토스의 오픈뱅킹 활용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률 기자 |
◆'新 금융' 오픈뱅킹 출범…핀테크 기업,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는 금융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 18일 '오픈뱅킹'이 공식 출범되었죠.
-네, 지난 18일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며 토스 등 핀테크 기업 수십여 곳도 오픈뱅킹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은행이 아니고서는 접근이 어려웠던 '금융결제망'이 핀테크 기업들에게도 활짝 열린 것입니다.
-핀테크 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만큼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핀테크 기업들은 오픈뱅킹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발 빠르게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합작 핀테크회사 핀크는 다중 송금인 '내 계좌 간 이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펌뱅킹(기업과 은행 간 금융결제망) 이용 수수료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무료 송금 횟수를 현행 10회에서 더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핀테크 기업들은 일괄 도입보다는 기존 조회·송금 서비스의 안정성을 고려해 향후 순차적으로 오픈뱅킹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괄 도입이 아니라면 달라진 점을 크게 체감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일각에서는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이 기존에 있던 간편송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핀테크 업계는 이미 여러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송금하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2015년부터 실시해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달라지기는 할까요?
-업계에서는 '향후 무료 송금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핀테크 기업이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되기 때문이죠.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보험상담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그렇군요. 보유 고객 수, 축적된 데이터, 높은 신뢰도 등 강점을 가진 은행이 오픈뱅킹 사업에 뛰어들면서 핀테크 업계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