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사 2곳 경쟁…J빌라 매입 관건[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양천구 목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지 주민들이 좌불안석이다. 사업대지 내 J빌라 준공이 임박하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첫 삽조차 못 뜰 위기에 봉착한 탓이다. J빌라가 준공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건인 노후도가 맞지 않고, 해당 부지를 제외할 경우에는 수익성이 미비해 사업이 좌초될 확률이 높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사업대상 지역은 도시계획시설 도로로 둘러싸인 면적 1만㎡ 이하의 가로구역 중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 이상이고, 해당 구역 주택 수가 20세대 이상인 경우다.
현재 목3동 사업지는 '부자동네'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건물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목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지 소재 D빌라는 옹벽이 갈라진 데다 건물까지 기울었다. D빌라는 법정 내구연한은 남아있으나 안전상으로도 문제가 있어 철거가 시급한 상황. 업계 관계자들도 "건물을 옹벽에 바짝 붙였는데, 이런 건물 주조는 과거에나 가능했던 '깜깜이식' 건축이다"라며 "기본부터 문제가 있어 하자가 없을 수 없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목3동은 재건축이 좌초되면서 낭비한 시간도 상당한 바, 단지 개발이 시급한 지역주민들은 사업에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사업추진절차가 조합설립인가 단계부터 시작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복잡한 과정이 생략돼 평균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미니 재건축'으로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주민들의 바람과 달리 사업 추진은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모습이다. 시공사 선정은 언감생심, 현재 에스제이세중종합건설과 엠시티이엔지 등 2곳이 시행 참여 의사를 밝히며 조합원들의 표를 가르고 있다. 시행을 자처하는 2곳은 조합원들을 일대일 대면하고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 13일 오후 1시 사업지 근처인 서울 양천구 등촌로 186 소재에서 에스제이세중종합건설은 사업설명회를 선수치며 현대건설이 시공에 나설 예정임을 내세웠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부장까지 자리에 참석해 무게를 더했다.
에스제이세중종합건설 관계자는 문제시되는 J빌라와 관련 "필요한 서류는 다 갖췄다. 이베스트증권에 서류를 제출해 J빌라 매매를 위한 자금 차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단지 모퉁이에 자리한 K오피스텔과 관련해서는 "면적이 1만㎡ 이하여야 사업 요건을 충족하고, 조합원들의 수익성을 고려해 K오피스텔 부지는 제외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사업지 인근 교회에서 엠시티이엔지의 사업설명회가 개최됐다. 에스제이세중종합건설의 설명회를 참석했던 입주민들은 발걸음을 재촉, 엠시티이엔지의 설명회를 방문했다. 엠시티이엔지는 이날 J빌라 계약서를 들이밀며 굳히기에 나섰다.
이날 설명회에서 엠시티이엔지 관계자는 "J빌라 매입금은 총 125억 원이고 엠시티이엔지에서는 현재 6억 원을 낸 상태"라며 "27일에 10억 원이 더 들어가고 내년 13일에 잔금 113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엠시티이엔지 역시 K오피스텔을 언급했다. 엠시티이엔지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요건을 충족하려면 사각형 모양을 유지하게끔 K오피스텔을 포함해야 한다. K오피스텔을 뺄 경우에는 사업 자체를 추진할 수 없다"면서 "현재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면적 요건이 1만㎡에서 2만㎡로 완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합원들은 준공이 임박한 J빌라를 매입하는 시행사를 택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에스제이세중종합건설과 엠시티이엔지에서 꾸려진 임시추진위원회 역시 J빌라 매입이 선결조건임을 강조했다. 강경화 목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J빌라 매입 시행사에 일임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면서 "두 시행사가 매입을 못 한다면 조합원들 측에서 빌라를 매입하는 방향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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