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채용비리 혐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 징역 3년 구형[더팩트│황원영 기자] 금융업계 1위인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자 최근 만장일치로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회장이 법적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검찰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기 때문이다. 연임에 따른 중장기 경영전략 구상 등 과제가 쌓여있는 조용병 회장으로서는 재판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부담스러울 전망이다. 법적리스크가 없다던 신한금융 역시 향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안팎으로 분주해졌다.
검찰은 18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손주철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채용팀과 공모해 외부 청탁자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부정 채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채용에 있어서 막강한 지위에 있으면서 신한은행의 이익을 위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의무를 도외시했다"며 "가족과 추천자의 친분만 고려해 실력으로는 합격할 수 없었던 특정인을 합격시켜 면접관과 신한은행 채용을 방해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면서 신한금융그룹은 다음 달 예정된 법원의 1심 선고 판결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조 회장의 연임이 신한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규정에 따르면 확정판결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이는 5년간 취업이 금지되며 지주 회장 후보로 나올 수 없다.
신한지주 측은 조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의 형을 받게 되더라도 확정 판결(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조 회장이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조 회장이 재판 리스크를 안은 채 그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이날 "최근 신한금융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조 회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며 "조 회장이 직을 유지하면서 과거 부족했던 부분을 제대로 개선해 신한금융과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조 회장은 그간 신한은행 채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 역시 신한지주 사외이사와의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법적리스크가 있는 조 회장의 연임 결정이 신한금융그룹의 경영 안정과 신인도를 해칠 수 있으니 회추위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한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예정대로 일정을 강행해 지난 13일 조 회장 연임을 결정했다. 당시 회추위는 만장일치로 조 회장을 추천하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이유로 꼽았다. 조 회장이 1등 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회추위는 지난 3년간 조 회장이 일군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 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견고히 다지기를 희망했다.

조 회장은 지난 3년간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모든 사업을 매트릭스 형태로 연계하는 '원신한(One Shinhan)' 전략을 통해 그룹 역량을 집중시켰고, 이를 통해 KB금융에 빼앗겼던 리딩뱅크(순이익 기준)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6434억 원)보다 9.6% 증가한 2조8960억 원으로 KB금융(2조7771억 원)보다 1189억 원 앞섰다.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58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841억 원)보다 37%나 증가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검찰로부터 3년을 구형받으면서 신한금융에 전력 투구할 수 없게 됐다. 향후 재판 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분산돼 그룹 측이 요구하는 리딩금융 수성에만 힘을 쏟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 기간 동안 법정 구속 등 최악의 경우가 나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조 회장은 최종 후보로 확정된 후 "고객·사회·주주로부터 신뢰받는 금융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이 실형을 받게 될 경우 그의 포부와 달리 그룹 경영안정성과 신인도, 소비자 신뢰 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임을 맞아 추진하는 혁신 과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조 회장은 비금융 계열사 경쟁력 강화, M&A 작업 마무리,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의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조 회장은 최근 합병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신한금융은 내년 초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화하고 이듬해 신한생명과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채널은 물론 조직문화가 서로 상이해 화학적 통합과정에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또한, 업계 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은행·카드 부문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키워 수익성을 탄탄하게 다져야한다.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경영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조 회장은 그룹 전체 이익에서 글로벌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기준 10.8%에 그쳤다. 신남방정책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아직 글로벌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에 글로벌 경기둔화까지 겹친 상황에서 그룹의 중장기 성장 발판을 다지는 데 역량을 쏟아도 부족한데 법적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검찰 구형과 달리 1심 선고에서는 실형을 받지 않고 법적리스크를 떨어쳐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수 년이 남아 있는 데다가 조 회장의 임기 중 나올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중순에 진행될 예정이다. 조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상법에 따라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 해임 또는 선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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