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항년 83세이 나이로 별세했다.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간 총 7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효균 기자 |
전현직 '대우맨'부터 정치·경제·교육계 인사들까지…이틀간 총 7000여 명 조문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유언을 남기지 않았으나 경제계 '큰 별'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전현직 '대우맨'부터 정치·경제계 인사들, 그를 기억하는 교육계 인사들까지 이틀에 걸쳐 총 7000여 명이 직접 고인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우중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이사장과 장남 김선엽 씨, 장녀 김선정 아트선재 관장 등이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이했으며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빈소를 관리했다.
대우 출신 인사들은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 '큰 스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순훈 전 대우전자 회장은 "김우중 회장님은 저희와 평생을 함께한 가족이자 큰 스승이었다"며 "엄격하지만 동시에 자상했고 부하들을 아주 끔찍이 사랑했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이경훈 전 대우 회장은 10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대우는 전 세계와 촌구석까지 지사가 있었다"며 "그런 기업을 일궈낸 인물이다"고 김우중 전 회장의 넋을 기렸다. |
이경훈 전 대우 회장은 "대우는 전 세계와 촌구석까지 지사가 있었다"고 말했고, 김태구 대우자동차 전 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이)살아있었다면 끊임없이 일을 하셨을 것이다"며 "특히 자동차 사업을 쉬지 않고 계속하고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그의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추호석 대우학원 이사장과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빈소를 찾아 그를 만났던 시간을 추억했다.
대우중공업 사장을 지낸 추호석 대우학원 이사장은 11일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살아 생전의 그를 회고했다. /이동률 기자 |
7년 간 김우중 전 회장의 비서를 맡고 대우중공업 사장 등을 지내며 그를 보좌했던 추호석 이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은)하루에 3시간씩 자고 성취에 대한 즐거움에 몰두했다"며 "모시고 일해보니 경력이나 연륜에 비해서 많은 도전과 실수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김우중과의 대화'의 저자로 알려진 신장섭 교수도 "만나면 기업이나 사업 얘기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주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이냐, 젊은이가 어찌 될 것이냐 이런 말을 해서 속으로 '사업가가 맞나'라고 생각했다"며 "이 분은 돈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라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관심을 가진 민족주의자였다"고 소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10일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재계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이효균 기자 |
◆ 정·재계 인사 추도 발길 이어져
김우중 전 회장이 과거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의 수장이었던 만큼 경제계 인사들도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우리 한국 경제가 오늘날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매우 큰 공헌을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던 1999년 당시 전경련 부회장으로 함께 일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전 세계 어디든 가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고인을 회상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예를 갖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재계의 큰 인물이셨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경련 회장을 지낸 바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학창 시절부터 존경하던 기업인이기 때문에 애석한 마음으로 조문을 왔다"고 전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제 걱정을 많이 해주신 분인데 일찍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1일 오후 김우중 전 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동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그를 애도했다. 이외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김영상 코오롱인터내셔널 사장 등 재계 인사들이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정치계 인사들도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소회를 전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세계를 상대로 우리 상품을 알리는 데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한승수 전 국무총리도 각각 "김 회장은 국민들에게 큰 모범 보여줬다", "비록 말년에 불행하게 가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 회장을 기억할 것이다"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지상욱 의원이 11일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젊은이들에게 의욕을 심어주고 기업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신 최고의 기업인이었다"고 말했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지상욱 의원도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한편 1936년 대구 출생인 김우중 전 회장은 나이 서른이던 1967년 직원 5명으로 창업한 대우실업을 재계 2위의 대우그룹으로 성장시킨 1세대 기업인으로, 일생을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해 한국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로가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그룹 해체 이후에는 베트남에서 사업가 인재 양성에 힘써왔고 지난해 건강 악화로 귀국한 후 아주대병원에서 말년을 보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치러진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이다.